[사설]의혹 외면한 채 ‘결백’ 강조한 秋장관, ‘면죄부 수사’ 압박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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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어제 페이스북에 아들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사실상 결백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추 장관은 자신의 국회의원 보좌관이 아들의 휴가 연장 전화를 건 사실과 국방부 민원실에 휴가 연장 민원이 접수된 사실, 아들의 용산 자대 배치 및 평창 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입장문에서는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고 강조했지만, 결백하다는 주장 하나만으로도 사실상 검찰 수사팀에 면죄부를 달라고 주문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은 8개월 동안이나 사건을 뭉개온 데다 지검장과 차장, 부장검사 등 지휘라인이 모두 추 장관 자신이 발탁한 인사들로 바뀌었다. 막강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법무부장관이 대놓고 결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수사의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팀 보고 알아서 하라는 부당한 수사 개입이자 심각한 수사 방해 행위다. 이래서는 검찰 수사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 장관은 또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는데 참으로 뜬금없는 본질 가리기 행태다. 제기된 의혹을 낱낱이 석명해야 마땅한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을 강조한 것은 자신을 향해 제기되는 비판과 의혹을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장관 흔들기’로 몰아가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최근 일련의 정권 줄세우기식 인사를 통해 검찰의 독립을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마당에, 상황이 불리하면 전가의 보도처럼 써온 검찰개혁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이다.

추 장관의 이런 행태는 여당 내 일부 세력의 노골적인 ‘추미애 감싸기’를 등에 업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이 사건 의혹 최초 제보자의 얼굴과 실명을 어제와 그제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공범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등 범죄자 취급 하는 글을 올렸다. 여권 내의 추 장관 옹호가 도를 넘어서서 제보자를 인신공격하고,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추 장관이 속속 드러나는 불리한 정황들을 반박할 아무런 근거 제시도 없이 공개적으로 결백만 강조한 것은 검찰 수사팀에 수사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이 즉각 물러나고 특임검사든 특별검사든 독립적인 수사팀을 구성해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푸는 길이다.


#추미애#법무부장관#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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