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 법무 아들 의혹, 장관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기구에 맡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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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장관 측은 어제 아들 서모 씨의 군 미복귀 사건과 관련해 병가(病暇) 신청의 근거라는 의사소견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의사소견서는 군 미복귀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는 아무런 해명이 되지 않았다.

추 장관은 자신의 보좌관과 군 관계자의 통화 사실을 부인했으나 추 장관 보좌관과 통화했다는 A 대위의 진술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됨으로써 거짓으로 드러났다. A 대위와 그의 상관인 B 전 중령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에서 A 대위가 보좌관과 통화한 사실이 있음을 진술했으나 이 내용은 조서에서 빠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 장관을 엄호하던 여권은 추 장관 보좌관의 통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다만 통화했다고 해서 압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는 선까지 물러났다. 서 씨 군 미복귀 사건이 발생한 2017년 6월 당시 추 장관은 갓 출범한 새 정권의 집권당 대표 위치에 있었고 아들 일은 공무와 관련 없는 개인사이기 때문에 보좌관이 통화할 공식적인 일이 아니다. 보좌관의 통화 사실이 인정된다면 집권당 대표가 보좌관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추 장관이 검찰총장과의 협의를 사실상 무시하고 전권을 행사한 인사에서 올 2월부터 이 사건을 지휘한 고기영 서울동부지검장은 법무부 차관으로 발탁됐고, 이 사건 수사를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던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은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이들은 추 장관 보좌관의 통화기록만 확보해도 파악할 수 있는 단순한 사실을 8개월째 뭉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 이상 서울동부지검에 수사를 맡겨둘 수 없으며 법무장관과 차관의 영향력도 수사에서 배제해야 한다.

서울동부지검이 피의자의 범죄를 입증할 핵심 사실을 숨긴 게 사실이라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검찰총장은 검사의 범죄혐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게 할 수 있다. 또 국회는 검찰에 맡겼을 때 정치적으로 독립된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게 할 수 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수사의 총지휘자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총장 측근이 관련된 사건에서 윤 총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위해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다. 이제는 추 장관이 그 자신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받아야 할 차례다.
#추미애#법무장관#수사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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