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조 뉴딜펀드, 정권주도 펀드들의 실패 전철 밟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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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의 조성, 지원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 종잣돈 35%, 민간자본 65%의 펀드를 만들어 디지털, 녹색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1174조 원(6월 기준)의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해 뉴딜정책의 실탄을 확보하고 이익을 국민과 공유한다는 취지다.

이 중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출자 3조 원, 정책금융 4조 원으로 7조 원의 모(母)펀드를 만든 뒤 금융기관 출자, 연기금, 민간자금 등 13조 원을 조달해 총 20조 원 규모로 조성된다. 내년부터 5년간 디지털 뉴딜 관련 기업,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직간접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 및 정책금융 출자의 채무변제 우선순위를 낮춰 민간 투자자의 피해 가능성을 줄였다.

정부가 후순위 출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인 건 펀드 흥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수익성이 불확실한 디지털, 녹색사업 투자자금을 모으는 데 세금 7조 원을 방패막이로 쓰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손실이 나면 국민 세금부터 축나게 된다. 세금으로 투자이익을 보장해준다는 비판과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원금 보장’ ‘3% 수익률’ 등의 표현이 빠진 건 그나마 다행이다.

뉴딜 인프라에 50% 이상 투자하는 ‘뉴딜 인프라펀드’를 육성하려고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건 성장성, 혁신성이 높은 산업으로 가야 할 시장의 자금 흐름을 정부 정책이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의 참여 요청을 ‘팔 비틀기’로 받아들이는 금융회사도 적지 않다. 이미 많은 문제가 드러난 태양광사업 등에 무분별하게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번질 수도 있다.

임기가 1년 8개월 남은 정부가 내놓는 5년짜리 관제 펀드는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다. 정권이 교체될 경우 생명력을 유지하기도 그만큼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가 그렇게 용두사미로 끝났다.
#정부#뉴딜펀드#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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