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라이더 몸값[횡설수설/이진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0-09-03 03:00수정 202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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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주부 A 씨.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횟수를 줄였는데 월 식비 지출은 85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늘었다. 하루 한 끼 이상을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는 탓이다. “재택 근무하는 남편까지 네 식구가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어요. 배달 앱이 없었다면 내가 못 견디고 뛰쳐나갔을 거예요.”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 결제 금액은 6조4000억 원으로 지난 한 해 7조1000억 원에 육박한다. 심야시간대 음식점 매장 영업을 금지한 지난 일요일 주문 건수는 57만5000건으로 한 달 전보다 12만 건(25.8%) 늘었다. 배달문화가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에 몰린 자영업자들에게 구명줄이 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라이더(배달 대행기사) 구인난에 몸값도 뛰어올랐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에서 활동한 라이더가 하루 47만1100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매일 그렇게 벌 수는 없겠지만 주 5일 근무를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연수입 1억2000만 원에 해당하는 하루 수입이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의 지난해 평균 연수입은 4800만 원, 상위 10%는 7500만 원을 벌었다. 웬만한 대기업 연봉 부럽잖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월 1000만 원을 버는 라이더는 상위 1%에 불과하다”고 했다. 교통신호가 언제 바뀌는지, 골목길 구석구석을 훤히 꿴 상태에서 하루 150∼200km씩 달려 100건을 배달해야 그 돈을 벌 수 있다. 그렇게 2, 3개월 몸을 혹사하면 한 달은 쉬어야 할 만큼 지친다. 배달료 가운데 10%는 배달대행업체가 가져간다. 한 라이더는 “600m에 2600원이 기본요금이고, 추가요금은 100m당 100원씩 붙는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하루 10시간씩 뛰어도 10만 원을 못 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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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의 라이더 대상 설문조사 결과 1년간 안전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9%였지만 산재보험 가입률은 0.4%에 불과했다. 인도를 달리거나 신호가 채 바뀌기도 전에 급출발하는 일부 난폭운전 탓에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하다.

▷태풍 바비 북상을 앞두고 한 업체는 라이더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는 문자를 돌려 논란이 됐다. “태풍이 오면 안전을 위해 쉬게 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바비보다 강한 태풍 마이삭이 북상 중이다. 많은 라이더들이 ‘태풍 대목’을 노리며 더 바빠질 것이다. 코로나 시대 집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맛집 음식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달리는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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