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슈바이처’의 삶, 초등교과서에 실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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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종욱 前 WHO사무총장… 5, 6학년 ‘함께하는 보건’에 소개
일본인 부인과 한센병 환자 돌봐, 총장 재임때 전염병 퇴치 헌신
일반석 고집하며 관용차도 안타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삶과 업적이 실린 초등학교 5, 6학년용 보건교과서 ‘함께하는 보건’의 한 부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제공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삶과 업적이 실린 초등학교 5, 6학년용 보건교과서 ‘함께하는 보건’의 한 부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제공
한국인 최초로 주요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일하다 2006년 세상을 떠난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사진)의 생애가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소개된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과 함께 초등학교 5, 6학년용 보건교과서인 ‘함께하는 보건’에 이 전 총장 관련 내용을 수록했다고 1일 밝혔다. 그에 대한 내용이 교과서에 실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교과서는 10년 만에 개정된 것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승인했다. 2021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 전 총장의 삶은 환자를 위한 헌신 그 자체였다. 서울대 의대 재학 시절 내내 경기 안양시 라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봤다. 미국 유학 후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한센병 환자 치료에 매달렸다. 현지에선 그를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렀다. 1983년 한센병 담당 의무관으로 WHO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질병관리국장, 예방백신사업국장, 세계아동백신운동 사무국장을 지냈다. 예방백신사업국장 시절 세계 소아마비 유병률을 인구 1만 명당 1명 이하로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미국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그에게 ‘백신의 황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3년 사무총장에 취임한 그는 무엇보다 저개발국가의 전염병 퇴치에 힘썼다. 2005년까지 300만 명이 에이즈 치료를 받도록 하는 ‘3 by 5’ 캠페인을 추진해 ‘공중보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같이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할 때 각국이 WHO에 즉각 보고하도록 국제보건규칙을 바꾼 것도 그의 업적이다. 이 전 총장은 한 해 150일 동안 출장을 다니면서도 “가난한 회원국의 분담금으로 호강할 수 없다”며 비행기 일반석만 고집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소형 임대주택에 살며 관용차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61세이던 2006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5년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 전 총장의 헌신적인 삶에는 언제나 가부라키 레이코(鏑木玲子·75) 여사가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라자로마을에서 시작됐다. 이 전 총장이 봉사활동 중일 때 마침 가부라키 여사도 수녀를 꿈꾸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결혼 후 두 사람은 평생 든든한 동반자로 지냈다. 가부라키 여사는 남편의 도움으로 2002년부터 페루 카라바이유라는 마을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여성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이 전 총장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페루 빈민촌 여성들과 계속 함께하면서 ‘카라바이유의 천사’로 불린다.

이번 보건교과서에는 이 전 총장의 생애와 업적이 알기 쉽게 담겼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추무진 이사장은 “이번 교과서를 통해 ‘세계의 보건대통령’으로 불린 이 전 총장을 더 많은 어린이들이 알게 될 것”이라며 “그가 추구했던 봉사와 헌신을 실천하고, 글로벌 리더의 꿈을 키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아시아 슈바이처#이종욱#who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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