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명 구출 ‘호텔 르완다’ 주인공 테러혐의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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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세사바기나 해외서 체포-압송… “정권 비판활동 탄압” 지적 나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05년 ‘호텔 르완다’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폴 루세사바기나에게 미 최고훈장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05년 ‘호텔 르완다’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폴 루세사바기나에게 미 최고훈장 ‘자유의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탄압받던 소수민족 1200여 명을 구출했던 폴 루세사바기나(66)가 르완다 당국에 체포됐다.

BBC에 따르면 르완다수사국(RIB)은 지난달 31일 국제 공조를 거쳐 해외에 있던 루세사바기나를 체포해 압송했다. 르완다 당국은 그가 국내외에서 정부에 반대하는 극단주의 테러단체를 설립해 테러 행위와 살인 등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루세사바기나가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 무장조직의 후원자이자 남쪽 접경지역 무장단체인 ‘민족해방전선(FLN)’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해 왔다.

루세사바기나의 딸은 AP통신에 “아버지에 대한 혐의는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폴 카가메 르완다 현 대통령의 인권 탄압에 대해 비판 활동을 펼쳐오다가 눈엣가시가 됐다는 주장이다. 루세사바기나는 벨기에 시민권을 얻어 망명 정치단체 연합인 르완다민주변화운동(MRCD)에 참여해 왔다. 체포 당시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루세사바기나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수많은 사람을 구한 의인으로 평가돼 왔다. 1994년 르완다 다수민족 후투족이 소수민족인 투치족을 80만 명 넘게 학살할 때 수도 키갈리에 있는 밀콜린 호텔에서 지배인으로 일하면서 1200명 이상의 투치족을 호텔에서 보호한 것. 이 이야기는 2004년 영화 ‘호텔 르완다’로 만들어졌고, 그는 나치 학살에서 유대인 1000여 명을 구출한 독일인 오스카어 신들러에 빗대 ‘르완다의 신들러’로도 불려왔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호텔 르완다#루세사바기나#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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