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아이 눈에 밟혀”… 제복상 유족에 성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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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독자 고 이상무 가족에 100만원
부인 “응원해주는 마음 잊지 않겠다”

“아침에 신문을 보는데 아이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꼭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A 씨(75)는 24일 오전 동아일보를 펼쳤다가 한 장의 사진을 마주하고 한참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위민경찰관상을 받은 고 이상무 경위의 큰아들 윤성 군(7)이 시상식이 끝난 뒤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이 경위는 2018년 10월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다 다른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생일을 닷새 앞두고 부인과 세 아들을 남긴 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자신도 “세 손자의 할아버지”라는 A 씨는 “윤성이가 자꾸만 눈에 밟혀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고 한다.

A 씨는 27일 이 경위의 가족에게 100만 원을 전달했다.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역시 경찰의 길을 걷는 고인의 부인 김지형 경사(41)는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했지만 “성의로 받아 달라”는 A 씨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수락했다. 이름이 알려지는 걸 한사코 거절한 A 씨는 “그저 윤성이 형제가 학용품을 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길 응원하겠다”고 했다.

소식을 접한 윤성 군은 처음엔 엄마에게 “왜 이 할아버지께서 내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느냐”며 어리둥절해했다고 한다. 이에 김 경사는 아이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윤성아, 윤성이는 아빠 대신 할아버지 한 분을 더 가지게 된 거야.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잘 지내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아빠 대신 할아버지께서 보내주셨단다.”

윤성 군은 고개를 끄덕였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A 씨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도자기 컵을 선물할 계획이다. 김 경사는 “응원해 주시는 마음을 잊지 않겠다. 지치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제복상#유족#성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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