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위해” KAIST에 676억 통 큰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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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역대 최대
2012년, 2016년 이어 총 766억 쾌척… 학교측 “인류 난제 풀 연구 지원”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전=뉴스1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 23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전=뉴스1
“KAIST에서 국내 최초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길 기원합니다.”

80대 여성 사업가가 평생 일군 재산을 연구 기금으로 써 달라며 KAIST에 기부하면서 한 말이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83)은 23일 오후 KAIST 대전 본원에서 676억 원 가치의 부동산을 출연했다. 현재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으로 기부의 솔선수범을 보였다.

이 회장의 기부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2년 80억 원, 2016년 10억 원 가치의 미국 부동산을 유언으로 증여했다. 이로써 기부액은 766억 원으로 역대 KAIST 기부자 가운데 단연 최고다. 그동안 최고 기부액은 고 류근철 박사(한의학)가 2008년 낸 578억 원이었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63년부터 서울신문 한국경제신문 등 일간지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기자로 근무하면서 경기 안양에 값이 싼 넓은 땅을 마련해 돼지와 소를 길렀는데 인근에 경인고속도로 나들목(IC)이 생기면서 재산이 크게 불어났다. 이후 모래를 채취해 파는 사업을 시작해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그는 자서전에서 “짧은 기간 꽤 많은 돈을 모았다”라고 회고했다 1988년 부동산 전문기업인 지금의 광원산업을 창업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첫 기부를 시작으로 KAIST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기부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은 서남표 KAIST 총장 때문이었다. 그는 “우연히 TV를 켰는데 서 총장이 나와 한 짧은 인터뷰를 보고 진심이 느껴져 그 자리에서 기부를 결정했다”고 자서전에서 전했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봤는데 KAIST가 우리나라 발전은 물론이고 인류에게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산업화와 공업화 과정을 목격한 그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이었다. 세계적인 선도 기업인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의 석·박사 연구 인력의 25%가 KAIST 출신이라는 점에 그는 매료됐다.

KAIST는 이 회장의 기부금으로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해 ‘KAIST 싱귤래러티(singularity) 교수’를 육성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귤래러티 교수는 과학 지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인류 난제를 해결할 연구, 독창적인 과학 지식과 이론을 정립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하는 교수를 말한다. 선정되면 10년간의 임용 기간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논문·특허 중심의 연차 실적 평가도 유예된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평생 피땀으로 일궈낸 재산을 아낌없이 내놓은 이 회장님의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뜻을 받들어 세계 최정상급 과학자를 배출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기부#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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