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 호텔’서 ‘돈먹는 하마’로… 대형기 줄퇴장

변종국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0-06-22 03:00수정 2020-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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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항공업계 비행기 구조조정
한때 대형 항공기 도입 경쟁을 주도했던 글로벌 항공사들이 잇따라 대형기 퇴역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악화된 기업 경영 상황과 급감한 항공 수요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자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형기를 정리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은 당장 대형기 퇴역 계획은 없지만 정부의 각종 지원이 끝나는 9월 이후에는 항공기 매각이나 무급휴직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경영난에 시달리자 대형 항공기들의 운용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을 퇴역시키기로 했고(위 사진), 루프트한자는 B747 5대의 운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동아일보DB·프랑크푸르=AP 뉴시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미레이트항공은 최근 보유하고 있는 115대의 에어버스(A)380 중 46대를 퇴역시킬 예정이다. A380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며 대형기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모델이다. 유럽의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도 A380 항공기를 각각 6대, 9대 조기 퇴역시키기로 했다. 미국 델타항공도 대형기인 보잉(B)777 항공기 18대를 퇴역시키기로 했고, 아메리칸항공도 B757, B767, A330-300 등 항공기 수십 대를 순차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대형 여객기 퇴출에 나서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가 심한 데다 항공 수요가 조기에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형기는 승객 300∼500여 명을 한꺼번에 태울 수 있어 수익성이 좋지만, 반대로 승객이 없으면 유류비나 각종 운영비 등에서 큰 손해를 본다. 향후 2, 3년간은 항공 수요가 더디게 회복될 전망이어서 대형기가 아닌 300∼400명 규모의 중·대형기 위주로 운영을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퇴역된 항공기는 통상 중고차처럼 재판매되거나 폐항공기를 모아 놓는 사막 또는 창고에 방치되거나 부품을 활용하거나 각종 모형물로 이용하기 위해 분해되는 3가지의 운명을 맞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기 수요가 꽁꽁 얼어붙어 재판매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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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들은 아직까지 대형 항공기의 퇴역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A380과 B777, B747을 포함한 대형기(여객기 기준)를 각각 65대, 16대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령이 20년을 넘은 B747-400 등 일부 기종을 제외하고는 대형기를 대거 처분할 계획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임원은 “대형기 퇴역을 당장 고민하지 않는 이유는 혹시라도 업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절반, 항공기 퇴역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데 대한 부담감이 절반”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형기 퇴역을 결정한 에미레이트와 델타항공은 조만간 수천 명 이상의 인력을 조정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올해 가을부터 국내 항공사들도 항공기 퇴역이나 직원들 무급휴직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항공사들은 대부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지원은 최대 6개월까지만 받을 수 있어 올 9월 이후에는 지원이 중단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연장되지 않으면 9월 이후엔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용 유지 지원 연장을 안 해주면 임차 항공기 조기 반납이나 항공기 대수 및 종류 축소 등 보유 기종 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렇게 되면 무급휴직, 구조조정 등 인력 감축 계획으로 이어지는 게 수순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사 및 조업사 노동조합 등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에 항공분과를 만들어 모든 항공사에 대한 기간산업안정자금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변종국 bj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서형석 기자
#글로벌 항공업계#구조조정#코로나19#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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