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지키려면 귀를 열자[Monday DBR]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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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儒學)에선 인간의 마음을 인심(人心)과 도심(道心) 두 가지로 구분해 부른다. 인심은 기질, 즉 신체의 영향을 받는 측면이다. 도심은 순수하고 선한 본성의 측면이다. 도심은 선하지만 인심은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인심은 욕구나 감정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욕구를 다스리고 감정을 잘 제어하면 선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악으로 흐른다.

철학 개념이라 다소 복잡한데, 쉽게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인간의 내면에는 순수하고 선한 본성이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인간은 희로애락(喜怒哀樂)과 같은 감정을 갖고 있으며 힘이나 명예, 재물, 편안함에 대한 욕망을 소유하고 있다. 식욕, 성욕, 수면욕 같은 원초적 욕구도 존재한다. 인간으로서 이런 감정, 욕망, 욕구가 없을 수 없고, 또 그것을 부정할 필요도 없지만 이를 잘 다스려서 올바르게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인간의 욕망은 매우 강력해서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을 위태롭게 만든다. 한 번 욕망을 극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은 언제라도 싹트고 샘솟는 것이다. 그만큼 정성스럽고 한결같이 노력해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도(道)’인 ‘중도(中道)’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가령 내가 왕위에 올랐다고 상상해 보자. 당연히 처음엔 역사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길 성군(聖君)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지겠지만 많은 군주가 이 다짐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초반에는 훌륭한 업적을 이룬 이들도 뒤로 갈수록 흐트러지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당나라의 태종(재위 626∼639)과 현종(재위 712∼756)을 들 수 있다. 태종과 현종은 각각 ‘정관지치(貞觀之治)’ ‘개원지치(開元之治)’라고 기록되는 번영기를 이룩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후반기에 가서는 여러 과오와 실책을 범했고, 특히 현종은 사치와 향락에 빠지고 간신을 총애해 나라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사실 군주는 애초부터 욕망에 물들기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 사람의 마음에서 욕망보다 제어하기 어려운 것은 없다. 그래도 일반인들은 법이 무서워서 혹은 자신의 처지가 따라주지 않아서 욕망이 시키는 대로 선뜻 행동하지 못한다. 욕심을 부리고 싶어도 내가 욕심을 부릴 만한 위치가 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군주는 어떠한가? 막강한 권력을 소유하고 있고 법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마음만 먹으면 즐기고 누릴 것이 천지다. 그러니 나태해지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쉬워진다. 자만하고 아집을 부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임금은 무엇보다 마음의 중심을 잡고 마음을 지켜야 하며, 잘못된 생각이 싹트기라도 하면 즉각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문제는 혼자 힘으로 마음을 다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반성하고, 스스로 마음을 맑고 바르게 만드는 것은 군자나 성인(聖人)의 경지다. 대부분의 사람은 성찰의 계기가 있어야 하고, 주위에서 자극을 줘야 한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의 직언을 들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간언을 일부러라도 들으며 스스로 반성하는 태도를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임금의 입장에서 설명하긴 했지만 이는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교훈이다. 직장에 첫 출근을 할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때부터 게으른 사람은 없다. 남들이 놀랄 만큼 잘해보겠다고, 꼭 성공해 좋은 결과를 거두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다 점차 타성에 젖어들고 편안함을 추구하면서 드높았던 초심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시근종태 인지상정(始勤終怠 人之常情).’ 처음에는 근면하다가도 나중에는 게을러지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에서는 성과급을 주고 승진과 연봉 인상으로 동기를 부여한다. 징계 절차를 마련해 긴장을 유지시킨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내 마음의 방종을 막기 어렵다. 매일매일 성찰하고 반성하는 노력과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이 병행돼야 한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야 비로소 처음의 시작도 잘하고 끝맺음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97호에 실린‘끝까지 잘하려면 귀를 열어두어야’ 내용을 요약한것입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akademie@skku.edu
#당나라 태종#정관지치#시근종태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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