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 “방위비 5년계약 하자”… 트럼프 “13억달러 1년계약” 역제안

신나리 기자 , 한기재 기자 입력 2020-05-15 03:00수정 2020-05-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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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서 韓 “우선 13% 인상… 5년째 마지막해에 13억달러” 제안
트럼프 “올해 13억달러 내라” 요구… 정부 ‘1년 계약 어렵다’ 고수
강대강→1년 계약 작년 패턴 반복… ‘동맹 파열음’ 논란 장기화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3억 달러(약 1조5918억 원)를 제안하면서 협상 유효기간을 1년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5년 계약으로 마지막 해에 13억 달러 수준을 내겠다고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13억 달러를 올해 내라고 역제안했다는 것이다.

14일 한미 협상 사정에 밝은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1조389억 원)에서 13% 인상한 뒤 2024년까지 연간 7∼8% 상승률을 적용한다’는 안을 제시했고 양국 실무협상단은 이를 3월 말 잠정 합의했다. 이 경우 한국의 올해 분담금은 약 1조1739억 원. 매년 7%대 상승률을 적용해 마지막 해에는 13억 달러와 비슷한 1조5388억 원이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를 보고받고 “마지막 해에 13억 달러를 맞추지 말고 올해 13억 달러를 받아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전년보다 53% 인상해 받고 내년분은 다시 협상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3월 말 도출된 한미 실무라인 간 잠정 합의안을 통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합의안에 담긴 내용 중 첫해 총액 인상률인 13%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유효기간 5년 동안 매년 적용되는 인상률인 7∼8% 역시 이례적이기 때문. 최근까지 한미는 SMA 협상에서 매년 방위비 인상분은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산정했는데, 이번 실무합의에선 7∼8%라는 고정 인상률을 우리가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장관급 한미 당국자들이 조율한 이 합의안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에게 보고받은 뒤 그 자리에서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안한 협상안 중 5년 차에 있는 13억 달러를 올해 내고 내년엔 협상을 다시 하자고 역제안했다는 것. 1년짜리 ‘단년 계약’이 언급된 것은 지난해 초 타결된 제10차 방위비 협상 때와 유사한 국면으로 일단 올해를 넘기고 내년을 기약하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숨고르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제10차 협정에서 SMA 사상 최초로 유효기간 1년 계약을 한 데 이어 제11차 협정도 1년 계약을 맺게 된다면 ‘강대강 대치’→‘1년 계약’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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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서는 2년 연속 유효기간 1년짜리 협정은 용납하기 어려운 만큼 한국 정부가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동맹에 상처를 내는 ‘나쁜 관행’이 굳어지게 된다는 것.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가 있는 해에 ‘동맹을 파탄 냈다’는 비난은 받기 싫으니 일단 ‘올해만 넘기자’는 접근을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재선 이후에 더 강력한 방위비 압박을 걸겠다는 것으로 이 작업이 또 반복되면 한미 동맹에 피로감을 주게 된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동맹을 중시하는 워싱턴 주류층에게까지도 ‘한국이 압박당하면 요구를 수용하긴 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다년 계약을 목표로 협상을 여전히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앞서 우리의 제시안(다년 계약이 핵심 내용인 한미의 잠정 합의안)이 정부 입장에선 최선이었다”며 “이론적으로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합리적 범위 내에서라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출연해 방위비 협상에 대해 “시간이 더 걸리고 노력을 더 해야겠지만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한미 협상#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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