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딜 ‘공염불’ 안 되려면[현장에서/유근형]

유근형 산업1부 기자 입력 2020-05-14 03:00수정 2020-05-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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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 뉴시스
유근형 산업1부 기자
“발목에 족쇄를 차고 있는데, 어떻게 산업지도를 바꾸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규제 철폐로 세계를 선도하고 산업지도를 바꾸겠다”며 ‘디지털 뉴딜’ 구상을 밝히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정부 여당이 3년 동안 보여준 규제 철폐 실적을 살펴보면 이번 선언이 미덥지 않다는 것이다. 한 ICT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말로는 ‘규제 철폐’를 외쳤지만 현실은 국내 ICT 기업들이 구글 같은 글로벌 공룡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규제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고 했다.

이들이 정치권에 간곡하게 개정을 호소하고 있는 규제 중 하나는 공공사업에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다.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지만 ‘대기업 참여 제한’ 내용은 아예 빠져 있다.


ICT 대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관련 공공사업에서 2013년부터 배제됐다. 중소 소프트웨어 사업자를 키워서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7년이 흘렀는데 실력 있는 중소기업은 크지 못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공공매출 비중이 20%가 넘는 중견기업 8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0.5%로 20% 이하인 중견기업(6%)보다 낮다. 공공사업에 의존하다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국내 사업 실적이 부족하다 보니 데이터센터 구축 등 해외 사업 수주에도 애를 먹고 있다. “해외 사업 발주처들이 대부분 3년 이내 실적에 많은 배점을 주는데 2013년 이후 공공사업이 막히다 보니 사업 수주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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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조짐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자정부 수출 실적은 2015년 5억3404만 달러(약 6542억 원)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추락해 2018년에는 반 토막(약 3164억 원)이 됐다. 유엔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한국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종합 1위였지만 2016년과 2018년에는 3위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발주처인 정부가 잘 안다. 중소기업의 실력만으론 안 된다는 걸. 그러니 스마트시티 사업은 특별법을 만들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공사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상생의 취지를 살리면서 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첨단 ICT는 초창기엔 공공영역에서 잉태되고 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장 규모가 협소한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프트웨어진흥법 하나 재정비하지 못하는데 규제 철폐는 언제 되고 세계는 어떻게 선도할 수 있겠나.

유근형 산업1부 기자 noel@donga.com
#디지털 뉴딜#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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