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인사이드] 공인구는 문제없다…저반발 시대, 타자들이 답을 찾기 시작했다

스포츠동아 입력 2020-05-14 05:30수정 2020-05-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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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친다!”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한 홈런타자들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반발계수가 하향 조정된 공인구에 대한 대처법으로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빠른 타이밍에 배트를 휘두르면서 SK 한동민, 두산 김재환, KT 강백호(왼쪽부터)는 나란히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는 중이다.스포츠동아DB
“타자들이 확실히 지난해까지와 다른 것 같아요.”

수년째 극심한 타고투저로 고민하던 KBO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조정했다. 타고투저를 완화시키는 한편 국제대회 기준에 맞춰 경쟁력을 키운다는 포석이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2018시즌 리그 전체 OPS(출루율+장타율)는 0.803이었는데, 지난해에는 0.722로 급락했다. 역대 가장 급격한 변화였다.

프로야구에선 ‘3할 타율’을 기준으로 타고투저와 투고타저가 반복돼왔다. 이제 타자들이 다시 길을 찾기 시작했다. 겨우내 타격 포인트 조정에 몰두했던 이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 “앞에서”, “앞에서”,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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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까지 32경기를 치른 KBO리그의 컬러는 ‘다득점’이다. OPS는 0.780이다. 지난해 35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OPS는 0.714였다. OPS 0.066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의미한 변화다. 올 시즌 득점은 345점, 홈런은 73개로 지난해 35경기 시점(332점·63개)보다 증가했다.

올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의 화두는 ‘타격 포인트 수정’이었다. 지난해 공이 좀처럼 뻗지 않는 것을 느낀 타자들은 조금 더 빠른 타이밍에 타격하기 위해 메커니즘 수정에 몰두했다. 황재균(KT 위즈)은 “메이저리그(ML), 마이너리그, 프리미어12 공인구를 모두 쳐봤는데 지난해 KBO리그 공이 가장 안 나갔다”며 “홈런을 치려면 포인트를 무조건 앞에 둬야 한다. 예전처럼 배꼽에 두고 회전력을 활용하면 확실히 덜 나간다”고 말했다. 양의지(NC 다이노스)도 “엄청난 힘이 있지 않고서야 지난해 공을 ‘뒷 타이밍’에서 칠 때 담장을 넘기기는 힘들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김태균(한화 이글스), 김현수(LG 트윈스) 등 KBO리그 간판타자들 모두 이러한 방향 설정에 초점을 맞췄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면 타구에 힘이 실려 장타력이 상승하지만, 공을 보는 시간이 짧아져 변화구에 속을 가능성이 높다. 타자 입장에선 적잖은 모험이라 과감함이 필수다. 지난해 고전했지만 올해 벌써 3홈런을 때려낸 김재환(두산 베어스)은 “확실히 타자들의 대처가 달라졌다. 스윙 자체가 과감해졌다. 우리 팀뿐 아니라 모든 팀 선수들이 그렇다”고 분석했다.

● “반발력의 늪에서 벗어나자”

팬들은 KBO가 또 다시 공인구에 손을 댄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KBO는 개막 직후인 7일 리그 단일경기사용구 1차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반발계수는 평균 0.4141로 합격기준(0.4034~0.4234)에 포함된다. 기준이 넓기 때문에, 전년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의 평균치인지 따져야 한다. 지난해 1차 수시검사 결과는 0.4231로 오히려 올해보다 높았다.

타자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공인구 효과’로 치부되는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 히팅 포인트 조절은 실패할 경우 메커니즘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이를 감수하고도 변화에 나섰고 그 결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겨우내 흘린 땀방울에도 주목해주길 바라는 심정이다. 타격 이론 전문가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도 “타자들이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야구 과학자들은 ‘반발력의 늪’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ML에서는 타구 비거리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반발계수가 아닌 항력(야구공 자체의 공기역학적 변화)계수를 꼽는다. 지난해 역대급 타고투저로 몸살을 앓은 ML에서도 공인구를 두고 다각적 검사를 했는데, 공의 솔기(실밥) 높이가 비거리 증가의 35%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솔기의 높이가 낮을수록 더 멀리 날아간다는 분석이다.

KBO는 지난해 반발계수를 낮추면서 솔기 높이도 낮췄다. 솔기만 따졌을 때는 지난해에도 타자들에게 유리한 변화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야구는 아직 반발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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