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티브로드 인수 공식화
LGU+는 CJ헬로와 합치기로, AR-VR 만들어 5G로 고객 유인
플랫폼 이용자 수 확대는 필수, 이통 가입자 포화… 인수가 살길
“유료방송 공공성 약화” 우려도
SK텔레콤이 가입자 314만 명을 가진 케이블TV 2위 사업자로 태광산업이 최대주주인 티브로드 인수를 공식화했다. 2016년 CJ헬로비전 인수가 무산된 지 3년 만에 케이블TV 인수합병(M&A)에 나선 것이다. 얼마 전에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 계약을 하기도 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 중인 이통사들이 몸집 키우기에 나선 건 5세대(5G)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태광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1일 공시했다. 통합법인의 1대 주주는 SK텔레콤, 2대 주주는 태광그룹이 된다. SK텔레콤은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SK텔레콤이 이번 M&A에 지출하는 금액은 FI 투자 유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위해 제시한 8000억 원을 한참 밑돌 것으로 추정한다.
통합법인은 약 762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KT 계열’(스카이라이프 포함·986만 명), ‘LG유플러스·CJ헬로 연합’(781만 명)과 함께 유료방송 ‘빅3’ 체제가 갖춰지는 셈이다.
케이블TV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업계 1위인 CJ헬로의 지분(50%+1주) 매각 가격(8000억 원)이 3년 전 SK텔레콤이 인수를 시도할 당시의 1조 원(53.9%)에 한참 못 미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가입자당 매출(ARPU)도 감소하고 있다. 이런 케이블TV지만 이통사들이 앞다퉈 인수전에 나선 것은 5G 시대 ‘살아남기 전략’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5000만 명을 돌파하며 ‘1인 1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즉, 이동통신 가입자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가 됐다는 뜻이다. 그나마 꾸준히 늘었던 인터넷(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시장도 최근 가입자 증가 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통신사 관계자는 “자력으로 늘릴 수 있는 가입자 유치는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M&A를 통해 시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세계적인 강자로 떠오른 신흥 플랫폼들에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안방 TV로만이 아니라 모바일로 동영상을 시청하게 됐고, 미디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유료가입자가 500만 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의 월 매출(1조 원)은 국내 방송 산업계의 연간 매출과 맞먹는다.
또 소비자들을 5G로 끌어들이기 위해 큰돈을 들여 AR, VR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어 플랫폼 이용자 수 확대는 이통사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 홈쇼핑 송출수수료, 광고료, 프로그램 공급자와의 콘텐츠 수급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사의 잇단 케이블TV 인수 움직임에 대해 유료방송의 공공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단위인 IPTV와 달리 케이블TV는 권역별로 지역채널을 보유해 지역정보 유통에 기여하는 순기능도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M&A 심사기준에 방송의 공적책임, 지역사회 기여, 합병법인의 고용승계 등을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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