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 통해 스타트업 발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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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EVAR)’는 현재의 고정식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불편을 줄여주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 밀집 주차 공간에 전기차를 주차하고 귀가하면 에바가 주차된 장소로 찾아가 자동으로 충전해 주는 방식이다. 에바에 장착된 충전 배터리는 전기차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친환경 솔루션이기도 하다.

#전신 마취 수술을 하면 이후 쪼그라든 폐를 펴주기 위해 호흡 운동을 반복해야 한다. 수술 후 폐 합병증을 예방해 주는 호흡재활운동 솔루션인 ‘숨쉬GO’는 이 점에 착안해 환자들이 재미있고 올바르게 호흡 훈련을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진이 회복 상황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한다.

에바와 숨쉬GO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에서 독립하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 과제들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을 운영해 오고 있다. 초기 사내 창의문화 확산을 위해 실험적으로 시작한 C랩은 삼성전자의 사업화와도 직결되는 과제들까지 배출하며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창의·혁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는 에바와 숨쉬GO처럼 창업이 가능한 C랩 과제들은 본사에서 독립시켜 스타트업으로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34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창업했고 170여 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년간 228개 과제에 917명의 임직원이 참여한 노하우를 사회 전반으로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500개 육성하기로 했다. 500개 중 300개는 사외 스타트업이 대상이고, 200개는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이 대상이다. 이는 8월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 중 하나로, 혁신적인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국내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강화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사외 스타트업 육성 지원 대상을 기존 모바일 분야에서 전체 정보기술(IT)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삼성전자와 사업 협력이 가능한 2∼3년차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만 있는 예비 창업자 및 1년 미만의 신생 스타트업도 육성 대상에 포함시켰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5년간 100개의 스타트업을 키울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모전에 지원한 331개의 스타트업 중 인공지능(AI), 헬스, 가상현실(VR), 핀테크, 로봇,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15개 외부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원거리 물체를 원격으로 가상 터치해 움직임을 인식하는 ‘브이터치’, 스스로 학습해 발전하는 인공지능 API와 챗봇을 개발하는 ‘데이터 리퍼블릭’, 유아용 발달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두브레인’ 등이다. 대학생 창업팀도 2곳이 포함됐다.

선발된 업체들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 마련된 보육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해 캠퍼스 내 회의실과 임직원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 개발 지원금 최대 1억 원을 비롯해 디자인, 기술, 특허, 세무 등 실질적인 창업을 위한 사내외 전문가 멘토링과 해외 전시회 참가 기회 등을 지원받아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매년 하반기 공모전을 개최해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상시 선발도 병행해 경쟁력 있는 예비 창업가와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존의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도 200개 스타트업을 키울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지원할 예정이었던 육성 사업을 2022년까지 3년 더 연장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속 운영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41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 이재일 상무는 “C랩 프로그램을 우리 사회로 확대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삼성전자와 협력이 가능한 스타트업들에는 파트너십 기회도 제공해 함께 성장하겠다”며 “청년 예비 창업자들도 적극 지원해 창업에 도전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C랩 외에도 삼성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해 국내 혁신 생태계 조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연간 400억 원(반도체 300억 원, 디스플레이 100억 원) 수준인 산학협력 규모를 앞으로 1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교수와 전공 학생이 줄어들고 있어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은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과의 상생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중소벤처기업부와 매년 100억 원씩 앞으로 5년간 1000억 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개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5년간 약 1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지원 대상에는 삼성과 거래가 없는 중소기업도 포함되며, 지방 노후 산업단지 소재 기업이나 장애인·여성 고용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상 기업의 현 수준에 따라 △환경 안전 △제조현장 혁신 △운영 안정화 지원 등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삼성전자 측은 “스마트 공장 구축이 협력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일반 중소기업의 종합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매출을 확대하고, 제조현장 혁신을 통해 기업문화를 개선하며, 중소기업 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50여 명의 제조현장 전문가를 투입해 총 1086개 국내 중소기업에 현장 혁신, 시스템 구축, 자동화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스마트 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스마트 공장을 구축한 중소기업들은 품질과 생산성이 각각 54%, 58% 개선됐고, 신규 매출이 약 1조9000억 원 늘어났으며, 일자리도 4600개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은 앞으로 이와 별도로 중소·벤처기업들이 성장 기반을 다지고 일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신기술 접목과 판로 개척도 함께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특허를 개방하고 우수기술 설명회, 구매 전시회, 온라인 쇼핑몰 입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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