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로 개발 ‘오픈 캐스트’… 건강보험 적용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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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한 환자가 왼팔엔 플라스틱 캐스트를 오른팔엔 오픈캐스트를 착용해 치료받고 있다.
한 환자가 왼팔엔 플라스틱 캐스트를 오른팔엔 오픈캐스트를 착용해 치료받고 있다.
팔 다리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졌을 때 오래전부터 정형외과에선 흔히 흰색 석고로 뼈가 아무는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치료를 했었는데요, 이를 캐스트라고 합니다. 석고 캐스트는 1850년대에 네덜란드 군의관이 최초로 개발해 정형외과 분야의 골절 및 염좌 치료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깁스’는 석고의 독일어 표현입니다.

120년 동안 석고 캐스트를 사용하다가 1970년대 미국 3M사가 석고 대신 플라스틱(fiber glass)을 사용하는 캐스트를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석고와 플라스틱 캐스트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캐스트는 외부 재질이 석고에서 플라스틱으로 대체된 점을 빼면 캐스트의 구조적 측면에서 석고 캐스트와 동일합니다. 결국 캐스트는 170년간 기술적으로 큰 변화 없이 사용되는 세계적 장수기술 중 하나입니다.

소아 때는 팔 부위에 골절이 흔히 생겨 캐스트를 많이 사용하는 시기입니다. 또 다리 수술 뒤 성장판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캐스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뼈가 부러진 곳에 핀을 박아 고정할 때도 보조적 수단으로 캐스트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캐스트 사용 중에 뼈가 엉뚱하게 붙거나 피부 부위에 괴사나 욕창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경 마비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캐스트가 시멘트를 바르는 것처럼 시술 부위의 피부를 완전히 가리고 있어 이를 관찰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대개 골절이나 심각한 염좌, 인대 손상 등을 치료하려면 환자들은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신체 부상 부위를 캐스트로 꽁꽁 싼 채 지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작은 부작용을 제때 확인하기 힘들어 더 큰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공기가 잘 안 통해 가려움 등 피부병을 유발하거나 물 사용이 힘들어 냄새가 나는 등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캐스트의 단점입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개념의 오픈 캐스트(그물망 캐스트)가 한국 기술로 개발됐습니다. 오픈 캐스트는 특수 플라스틱(열가소성복합수지)으로 만들어져 80∼90도의 열을 가하면 부드럽게 변형시킬 수 있어 탈·부착이 쉽습니다.

오픈 캐스트는 기존 캐스트와 달리 그물망으로 돼 있어 공기와 잘 통할뿐 아니라 외부에서 쉽게 병변 부위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 오픈 캐스트는 그물 구조여서 육안으로 피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땀 증발이 용이합니다. 그만큼 기존 석고 또는 플라스틱 캐스트 착용 시 발생하는 냄새나 가려움, 갑갑함, 피부병 유발의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존 깁스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이 2만∼5만 원이지만 오픈 캐스트는 아직 비(非)급여 품목이어서 약 25만 원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오픈 캐스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를 바랍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헬스동아#의학#건강#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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