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정현 ‘타이브레이크 종결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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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기 5번 나왔는데 모두 승리… 8강전 2세트 뒤집어 승기 잡고 혈투 조코비치전도 2번 다 이겨
약했던 강서브 리턴도 안정돼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승부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4강까지 내달렸다.

이번 대회 5경기를 치르는 동안 5차례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이기며 연승의 발판으로 삼았다. 세트 스코어 6-6 상황에서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7포인트를 먼저 따내면 그 세트를 따내는 타이브레이크 제도는 전체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분수령으로 꼽힌다. 간발의 차로 세트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이긴 쪽과 진 쪽이 받는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

특히 정현은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였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로 두 차례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이겨 3-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고도의 집중력과 위기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 농구 버저비터처럼 터져 나온 결정적인 패싱샷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조코비치는 “정현은 위기에서 믿을 수 없는 샷을 구사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대표팀에서 정현을 가르쳤던 노갑택 명지대 교수는 “정현은 긴박한 상황에서 오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자기 플레이를 최대한 펼쳤다. 예전엔 손목이 뻣뻣해 단순한 포핸드를 구사할 때가 많았는데 다양한 각도의 샷으로 타이브레이크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고 분석했다.

박용국 NH농협 스포츠단장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세계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1회전부터 4회전을 치르는 동안 네 경기에서 모두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와 맞붙었다. 24일 8강전을 치른 테니스 샌드그런(미국)의 랭킹은 97위.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자신보다 낮은 랭킹의 상대를 만난 것이다. 경기에 앞서 정현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굉장한 실력을 갖췄다. 만만히 볼 상대는 없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런 정현에게 방심은 있을 수 없었다. 최고 시속 200km가 넘는 강력한 서브를 갖춘 샌드그런에게 안정된 리턴으로 맞섰다.

강서버를 맞아 흔들리지 않는 리턴을 펼친 것도 최근 달라진 면으로 꼽힌다. 뭘 해도 다 될 것 같아 보이는 정현이 로저 페더러마저 넘기고 결승 티켓을 차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정현#테니스 호주오픈#타이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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