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8월31일]발라드는 2040 세대의 뽕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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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윤종신(왼쪽)과 1995년의 윤종신. 동아일보DB
2017년의 윤종신(왼쪽)과 1995년의 윤종신. 동아일보DB

윤종신(48)은 한 동안 가수보다 예능인 이미지가 더 강했다. 그러나 최근 ‘좋니’가 히트하면서 음악 팬들은 그가 얼마나 위대한 발라드 가수였는지 새삼 확인하게 됐다. 이 노래로 그는 21년 만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 전까지는 1996년 내놓은 ‘환생’이 그의 마지막 차트 1위곡이었다.

‘좋니’는 애절한 가사, 절규하는 창법 등 발라드가 전성기를 달리던 1990년대 중반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윤종신은 ‘힙합 전성시대’에 “뒤끝 있는 예전 남자친구”(‘좋니’ 중)를 소재로 한 노래를 내놓은 이유에 대해 “더 나이 들면 이렇게 절규하는 발라드를 못 부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윤종신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연예 기획사 운영 등으로 바쁜 와중에서 2010년부터 매달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DB
윤종신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연예 기획사 운영 등으로 바쁜 와중에서 2010년부터 매달 ‘월간 윤종신’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싱글 앨범을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DB

‘좋니’는 그저 듣기만 좋은 노래도 아니다. 이 곡은 31일 현재 금영노래방과 TJ미디어에서도 모두 인기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너무 잘 사는 척 후련한 척” 살아가던 옛날 남자친구들이 모인 어느 밤, 술기운에 “니가 조금 더 힘들었으면 좋겠다”던 시절이 떠올라 한 곡조 뽑지 않고는 못 견뎠기 때문이리라. 이 정도면 인정해야 한다. 발라드는 ‘2040 세대의 트로트’라고 말이다.

‘댄스 전성시대’였던 1990년대 중반 ‘발라드 역풍’이 일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당시 동아일보에서 이 역풍의 첨병으로 꼽은 노래는 이승환(52)의 ‘천일동안’이었다. 1995년 8월 31일 동아일보는 “‘천일동안’은 밝고 감미로움을 특징으로 하는 발라드에도 ‘뽕짝’의 진한 사연을 담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천일동안’은 김수희의 ‘애모’와 바탕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이다”라고 전했다.



당시 한 30대 팬은 “들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발라드인데 가사 대부분이 ‘요’로 끝맺어 애절함을 더한다”며 “이 노래를 들으면 어딘가 ‘허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22년이 지나 ‘좋니’를 듣고 부르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한국 대중가요 팬들은 발라드(ballad)하면 템포가 느린 노래를 떠올리지만 어원인 라틴어 ‘ballare’는 ‘춤을 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1980년대 조덕배(58), 이영훈(1960~2008), 유재하(1962~1987) 등이 완성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 한국형 발라드가 어원과 완전히 멀어진 건 아니다. 발라드를 들을 때마다 우리 마음속에서 추억이 춤을 추니 말이다.

“보고 싶겠죠. 천일이 훨씬 지난 후에라도 역시 그럴 테죠. 잊지마요, 우리 사랑, 아름다운 이름들을 … 난 자유롭죠. 그날 이후로. 다만 당신이 궁금할 뿐이죠. 다음 세상에서라도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마요.” ─ 이승환 ‘천일동안’ 중에서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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