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한국 자연주의 포크음악 개척한 가수 조동진

임희윤기자 입력 2017-08-29 03:00수정 2017-08-29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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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노래 큰 울림…나뭇잎 사이로 떠난 ‘포크 대부’
28일 별세한 가수 조동진. 그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말의 성찬을 벌이는 대신 노래의 강가에 앉아 묵묵히 시어(詩語)를 낚아 올렸다. 푸른곰팡이 제공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아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그렇게 아름다운 두 눈이 있으니….’

28일 오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장례식장에는 ‘행복한 사람’이 낮게 울렸다. 노래가 나오는 동안 주변은 숙연해졌다. 방광암으로 투병하던 가수 조동진이 이날 오전 3시 43분 급성 심정지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고인의 동생이자 가수인 조동희 씨는 “다음 달 7일 암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너무 빨리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조동진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 자연주의 포크 음악의 대부(代父)였다. 갈수록 리듬과 유행이 빨라져만 가는 가요계에서 그는 평생 느리고 잔잔한 노래만 불렀다. 자신이 늘 동경하던 나무와 물처럼 우리 대중음악계에 깊은 뿌리와 유장한 강을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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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1966년 미8군 밴드 멤버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밴드 ‘쉐그린’ ‘동방의 빛’에서 리드 기타를 맡으며 연주와 작곡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행복한 사람’ ‘겨울비’가 속한 1집(1979년)을 통해 한국 자연주의 포크의 서막을 썼다. 1980년대를 대표한 음반사 ‘동아기획’에서 들국화, 시인과 촌장, 장필순의 음악 활동을 조용히 지원했다.

들국화의 전인권은 “들국화 결성 전, 최성원과 함께 새벽 3시고, 4시고 고인을 찾아가 음악적 조언을 구했다”면서 “대중과 영합하지 않고 꼿꼿이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는 모습 자체로 그는 후배들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이자 역할모델이었다”고 했다.

고인은 ‘제비꽃’ ‘나뭇잎 사이로’로 문학적 가사와 자연주의 음악의 세계를 확장하는 한편, 음악 공동체 ‘하나음악’을 이끌며 듀오 어떤날, 조동익, 장필순, 한동준을 보듬었다. 포크 음악가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토이(유희열) 1집도 하나음악에서 발매됐다. 고인은 1996년 5집 이후 긴 음악적 침묵을 지켰으나 지난해 무려 20년 만의 신작 ‘나무가 되어’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했다.

귀로를 예감한 걸까. 고인은 작년 말부터 올 6월까지 본인의 1∼5집 전곡 리마스터(음질 보정) 작업에 혼자 몰두했다. 신현준 대중음악평론가(성공회대 HK교수)는 “최근 만난 고인은 ‘소리에는 정답이 없다.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했다”면서 그의 음악에 대해 “고요하면서도 강렬해서, 청자를 어딘가 낯선 곳으로 데리고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은 다음 달 16일, 고인의 13년 만의 콘서트 무대(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를 앞두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고에 따라 이날 공연은 후배 가수들의 헌정 공연으로 꾸며지게 됐다. 공연 날 발매되는 조동진 전집에는 음악평론가들과 황현산 문학평론가, 나희덕 이원 시인의 해설이 실린다.

조동진은 하나음악 옴니버스 음반 제목을 ‘바다’ ‘강의 노래’로 정할 만큼 물과 대자연을 사랑했다. 동생 조동희 씨는 “바다가 보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9월 말 함께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었다”고 했다. 이날 이병우 장필순 정원영 이규호 등 음악계 후배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가는 길을 배웅했다.

유족으로 2남(조범구 조승구)이 있다. 빈소는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 발인은 30일 오전 5시 반.

고양=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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