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心 바짝바짝 타는데… 해외 나간 군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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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지역 6명 러시아 연수 떠나… 일부 군수는 “가뭄 대응” 불참
농민회 “고통 외면… 대응방안 논의”

“농민들은 가뭄에 애가 타들어 가는데 군수님들은 해외연수를 가고…. 무슨 변명을 해도 적절치 않지요.”

전남 고흥에서 벼농사를 짓는 박모 씨(75)는 22일 박병종 고흥군수가 해외연수를 갔다는 말에 혀부터 찼다. 고흥군 도덕면과 남양면의 농경지 8.6ha에서 벼가 말라 죽는 등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박 군수를 비롯해 유근기 곡성군수, 최형식 담양군수, 구충곤 화순군수, 서기동 구례군수, 김성 장흥군수 등 전남지역 기초자치단체장 6명은 19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극동지역 연수를 떠났다.

이번 연수는 4월 전남 시장군수행정협의회(회장 박병종) 정례회의 때 결정됐다. 러시아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 사할린 등을 방문해 국제적 안목을 키우고 문화관광콘텐츠 우수 사례를 발굴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시장, 군수 22명 가운데 12명이 연수를 가기로 했다. 그러나 가뭄에 대처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진도군수를 비롯한 다른 6명은 불참했다.

박 군수는 공무원 2명을, 나머지 군수 5명은 공무원 1명씩을 대동했다. 경비는 군수 420만 원, 수행 공무원은 330만 원씩 모두 4800만 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시장군수행정협의회 측은 가뭄이 심하지 않던 4월에 연수가 결정됐고, 이 6개 군은 가뭄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고 해명한다.

농민회는 가뭄과 벼 수매가 환수 문제로 시름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저버린 행태라고 비판했다. 농민회 관계자는 “해당 지역 농민회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군수#러시아#연수#농촌#가뭄#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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