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MBC 표준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를 30년간 진행한 방송인 김혜영이 출연했다.
이날 김혜영은 사구체신우염을 앓는 자신을 격려해주며 큰 힘이 돼준 남편과 가수 현숙에 대해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현숙은 자신의 신장까지 떼어준다고 할만큼 자신을 걱정해줬다고.
그는 1997년 사구체신우염 진단을 받을 당시 두 아이가 여덟 살, 두 살이었다며 “눈물이 나서 아이들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어리니까 더 막막하더라. 식구들 다 자는 밤에 혼자 몰래 베란다에 숨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혜영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과 자신의 걱정을 염려해준 동료들 덕분이었다고.
김혜영은 “남편은 제가 다른 일에는 일절 신경을 안 쓰게끔 도와줬다.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밥 먹이는 것도 챙겨주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라 결혼 초엔 좀 힘들기도 했는데, 그런 일이 생기니까 비로소 남편의 진가를 알겠더라”고 말했다.
특히 평소 친자매처럼 지내던 가수 현숙은 잘 고친다는 병원을 수소문해 ‘혜영이를 살려달라’며 함께 울어줬고, 건강한 자신의 신장을 떼어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며 “내가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혜영은 “현숙 언니가 하루는 제 손을 잡고 병원 원장실로 찾아가서는 ‘제발 혜영이 좀 살려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신장 분야의 권위자였던 원장님은 처음엔 좀 당황하시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에는 내가 있다는 걸 믿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줬는데 그게 제게 큰 힘이 됐다.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말을 해준 의사는 그분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하나 힘이 된 건 바로 자식 같은 라디오 방송 MBC 표준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였다고. 김혜영은 투병 중에도 방송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라디오국 간부들과 스태프들은 제가 아픈 걸 알고 걱정하긴 했지만 방송을 그만두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랬더라면 아마 더 좌절했을 거다. 방송을 그만두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밥 먹고 누워있는 일밖엔 없는데 그건 제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김혜영은 강인한 의지와 주변의 격려 덕에 방송을 이어갔고, 올해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그는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라디오를 청취해주시는 분들의 큰 장점은 실수를 해도 야단 쳐주지 않고 보듬어 준다. 라디오를 듣는 분들은 천사인 것 같다. 들어주시는 분이 있으니까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