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통증은 고쳐달라는 몸의 신호… 아파도 움직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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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 안강병원장
안강 안강병원장
 사코페니아(근육마름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근육을 지배하는 운동신경이 그 기능을 못해서다. 신경이 기능을 못하게 된 까닭을 몇 가지로 나눠 봐야 한다. 우선 머리에 있는 뇌신경이 망가진 경우, 중풍(뇌경색, 뇌출혈)을 들 수 있다. 중풍 환자들이 팔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은 뇌의 일부분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팔다리 근육을 움직일 명령기관이 상실된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데, 흔하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뇌에서 근육까지 연결해주는 전선이 망가지는 경우다.

 뇌에서 팔을 움직이라고 명령하면, 이 뇌의 명령은 주요 26개의 뼈와 엉치, 척추 뼈, 꼬리뼈까지 각각의 뼈 사이에 있는 신경을 타고 팔, 다리, 몸통으로 퍼지게 된다. 전깃줄이 집 안 단자함에서 방과 부엌, 마루 등으로 연결된 것과 같다.

 척추 뼈를 다치거나 뼈 사이가 흔들리게 되면 그곳에 있던 신경줄이 손상된다. 심한 손상은 즉각적인 마비를, 덜 심한 손상은 통증이나 이상감각, 움직임 둔화 등을 유발한다.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둥일 뿐 아니라, 머리에서 팔 다리 몸통으로 가는 신경들이 지나가는 통로로 중요하다. 척추는 뱀처럼 좌우로 혹은 앞뒤로 휘어지게 돼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척추관이라는 통로가 있어 신경이 지나간다. 주로 신경이 척추에서 팔다리로 나가는 구멍(추간공)에서 손상이 일어나고 마찰된다. 급성인 경우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에서 찍히거나 눌리면 심각한 손상이 초래될 수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우리의 신경은 70%이상 눌리거나 좁아져도 멀쩡히 버티는 힘도 가지고 있다.

 신경은 경추에서 나와 어깨와 팔목, 손목을 지나고 다시 손끝까지 간다. 신경이 척추에서 일단 나오게 되면 이때부터는 말초신경이라 부른다. 사실 뇌와 척수밖에 있는 신경이지만 복잡한 분류는 생략하고 그냥 척추 바깥으로 나오면 말초신경이라고 생각하자. 말초신경의 손상은 척추 사이에서 빠져 나오면서 우선 일차적인 손상이 오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흔히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이 마르거나 저리다면 척추 사이에서 손상이 왔을 수 있지만, 어깨 안쪽의 팔목, 손목과 같은 관절이나 힘줄, 인대 사이 등을 지나는 어느 통로에서 손상을 입어도 손가락이 마르거나 저릴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신경이 지나는 공간이 자꾸 좁아지거나 불안정해진다. 근육이나 힘줄, 인대가 약해지면 척추나 관절은 흔들리고, 흔들리는 관절을 지나는 신경은 더 많이 손상된다.

 이로 인해 운동마비가 오거나 아프고, 근육은 더 말라간다. 그러나 약간의 손상은 흔하며 우리 몸은 손상을 오히려 재생의 기회로 삼는 능력을 갖고 있다. 만일 관리만 잘한다면 이런 어려움쯤은 이겨낼 수 있다.

 모든 관절은 수명이 있다. 무릎은 대략 80세. 하지만 관리를 잘한다면 더 오래 쓰고, 그렇지 않으면 더 빨리 망가진다. 관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안정이다. 불안정은 관절을 잡고 있는 근육, 인대, 힘줄 등이 약해지면서 초래된다.

 다시 말해서 무릎이 아파서 열흘만 누워 있어도 하체 근육은 심각하게 손상되며, 젊은 사람과 다르게 노인들은 회복이 매우 어렵다. 이런 경우 적어도 수개월에서 수년의 무릎 수명을 갉아먹는 것이다.

 나는 무릎에 물이 차도 걸어야 한다고 환자들에게 거듭 말한다. 관절이 다 닳아 없어진 환자들도 처음엔 힘들지만, 열심히 무릎 주위의 근육을 살리고 나면 훨씬 걸음걸이가 가볍고 편해진다. 인공관절 따위와 비교할 것이 안 된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쉰다. 아무런 치료에 대한 목적도 없이 단지 한두 달 편하기 위해 관절의 수명을 갉아먹는 것이다.

 근육이 말라가는 것은 뇌를 포함한 운동신경과 팔, 다리와 같은 말단기관이 서로 소통을 하지 않아서다.

 그중 가장 흔한 형태는 덜 쓰거나 안 써서 망가지는 것이다. 신경이 망가지더라도 말단기관을 써서 뇌에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척추협착증 환자가 울면서도 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프다는 것은 고쳐달라는 몸의 신호이지 병 자체가 아니다.

안강 안강병원장
#통증#건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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