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通美로 中봉쇄 돌파”… 차이잉원 ‘전화 외교’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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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中’ 압박에 정면 돌파
인연 없던 트럼프가 당선되자 바로 축전띄우고 수차례 통화시도
“국내 입지 회복에 긍정적” 분석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생면부지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은 중국 정부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실상의 모험으로 평가된다. 향후 중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돼 ‘외교적 쿠데타’를 감행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그동안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받아들이라며 압박하는 바람에 차이 총통이 제대로 된 활동을 못했다”며 이번 통화는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8일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과의 견고한 관계가 없으면 대만을 이끌기 어렵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차이 총통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빌 클린턴 대통령(1993∼2001년 재임)의 퍼스트레이디였을 때부터 교류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클린턴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고 대통령 당선 후를 대비해 왔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당황해했고,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차이 총통은 바로 축하전문을 띄우고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는 트럼프 당선인이 뉴욕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에 맞춰 대만 시간으로 오후 11시경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이번 전화 외교가 미중 및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와 차이 정권의 앞날에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는 당장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국내적으로 여야가 모두 환영하고 있어 5월 취임 이후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인한 경제 침체와 외교적 고립으로 추락한 차이 총통의 입지 회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화 통화는 10여 분이었지만 현안을 두루 얘기했다고 대만 총통부는 밝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대만#차이잉원#트럼프#미국#외교#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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