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해외이전’ 주저앉힌 트럼프… 美서 ‘시장 개입’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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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캐리어 이전계획 백지화
트럼프 “노동자 해고 안된다” 압박… 제조업 일자리 되찾기 공약 박차
정치권 일제히 “포퓰리즘” 비판… 기업 세제혜택에 ‘불공정’ 지적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절단 행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유세 때 “멕시코와 중국에 빼앗긴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아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략은 ‘러스트벨트’(미 중부의 낙후된 공업지대)에 사는 민주당 성향의 백인 노동자 표심을 트럼프 쪽으로 돌려놓으면서 선거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실제로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하려는 미 기업들을 차례로 주저앉히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인디애나 주에 있는 (기계부품 제조업체) 렉스노드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고 노동자 300명 전원을 악독하게 해고하려 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렉스노드는 지난달 중순 공장 이전 방침을 확정했다. 렉스노드 측은 이전 이유로 미국 직원의 시간당 임금은 25달러나 되지만 멕시코는 (10분의 1인) 2.5∼3달러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달 트럼프는 자동차 기업 포드의 켄터키 ‘링컨MKC’ 모델 조립라인과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 인디애나 공장의 멕시코 이전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트럼프는 캐리어의 공장 이전 계획 철회 대가로 10년간 700만 달러(약 82억 원) 세금 감면 혜택을 약속했다. 이런 당근뿐만 아니라 “(이전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캐리어의 연방정부 관련 납품이나 계약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채찍(협박)’도 병행했다고 뉴욕포스트는 보도했다.

 정치권에선 공화-민주, 보수-진보 양쪽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보훈장관에 거론되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52)는 “트럼프의 캐리어 협상은 정실 자본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독단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개별 보조금을 통해 한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모순되고 불공정하며 터무니없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자유시장 체제의 ‘보이지 않는 손’을 절단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은 “기업들은 앞으로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엄포만 놓으면 친기업적인 세금 혜택과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기업들에 이런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안전했던 일자리마저도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덕분에 일자리를 보전하게 된 노동자들은 “대선 때 약속한 걸 실천하는 후보를 처음 본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중국 푸젠그랜드칩(FGC)의 독일 반도체 기업 아익스트론의 미국 자회사 인수 계획과 관련해 “완전히 영구적으로 포기하라”고 명령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집단이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대통령 권한으로 인수를 중단시키거나 막을 수 있다. 아익스트론의 기술은 군사적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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