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6.02.25 [워싱턴=AP/뉴시스]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국정 연설은 둘로 쪼개진 미국을 보여주는 축소판이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5분 동안 이어진 공화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와 환호 속에 입장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팔짱을 낀 채 트럼프 대통령을 응시하거나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 등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내내 자신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에서는 ‘망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급기야 민주당의 야유와 항의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도중 민주당 의원들을 대 놓고 모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트럼프, “민주당은 미쳤다, 정상 아닌 사람들”
이날 연설장에는 시작부터 빈자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식’ 연설이 예상되면서 이를 못마땅히 여긴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이 미리 참가를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참석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흰색 옷을 맞춰 입었고, ‘◯◯◯◯’ 파일을 공개하라’는 뱃지를 가슴에 달기도 했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한 것이다.
이날 공화당 의원들은 연설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일제히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쳤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고개를 젓는 등 거부 의사를 표했다. 로렌 언더우드 하원의원 등 일부 의원은 연설 도중 자리를 박차고 장내를 떠났다. 앨 그린 하원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침팬지에 빗댄 영상을 게시한 것을 비판하며 ‘흑인은 유인원이 아니다’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서 있다가 강제 퇴장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내내 전 조 바이든 정권을 비판하며 민주당과 신경전을 펼쳤다. 그는 민주당을 가르켜 “이 사람들은 미쳤다”,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홍보를 듣던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이 “당신은 미국인들을 죽였다”고 소리치자 “부끄러운 줄 알라”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는 미 연방 대법원 대법관들도 초청됐는데, 미국 언론들은 최근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양측의 긴장 관계를 주목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참석한 4명의 대법관들과 짧은 악수를 나누긴 했지만 연설 중 관세 위법 판결을 비판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대법관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이민, 물가, 에너지, 범죄 등 각종 분야에 대해 자신의 성과를 나열한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대해 “망상에 빠진 상태”라고 혹평했다. ●금메달 하키팀 초청, 한국전 용사에 훈장 수여도
다만 이날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모두가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친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최근 폐막한 이탈리아 동계 올림픽에서 46년만에 캐나다를 꺾고 미국에 금메달을 안긴 미국 남자 하키팀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키퍼였던 코너 헬레벅에게 미국 최고 시민 훈장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치하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6·25 한국 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로이스 윌리엄스를 초청해 그에게 미국 최고 군사훈인 명예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00세인 윌리엄스 조종사는 한국 상공에서 220회 이상의 위장 비행 임무를 수행하며 4대의 소련 전투기를 격추시켰다”며 “자신의 전투기에 263발의 총탄을 맞고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적을 물리친 전설”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직접 노병의 목에 해당 메달을 걸어줬다.
AP통신은 이날 연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성조기로 감쌌다”며 “미국인들의 타고난 애국심을 자극하려 애썼고 수많은 대통령 훈장을 수여함으로써 연설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입히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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