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장롱면허로 1만6000km 몽골 랠리 ‘용감한 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6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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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면허로 1만6000km 몽골 랠리 주파한
용감한 자매의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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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비영리단체 어드벤처 리스트가 주최하는
몽골 랠리를 아시나요?

#. 이 대회는 여느 자동차 랠리처럼
'누가 더 빨리 목적지에 들어오느냐'로
순위를 정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것은 출발점(영국 치체스터)과 목적지(러시아 울란우데) 뿐
코스, 기간, 주행 방식 모두 자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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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가지 규칙이 있는데요.
1. 주행거리 10만km 이상, 배기량 1200cc 미만의 중고차를 사용할 것
2. 랠리 도중 발생하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것.
3. 환경을 보호할 것.

#.
이 요상한 대회에 도전한 심희연(26)-희린(24) 자매.
우연히 이 대회를 알게 된 동생 희연 씨가
덜컥 참가를 신청하면서 38일 간의 대장정이 시작됐죠.
팀 이름은 말 그대로 '희린이가 가재(Heereen said let's go)'

#.
취업준비생 희연 씨, 대학원생 희린 씨는
모두 '장롱 면허'였습니다.
연식 15년이 넘는 소형차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죠.

#.
둘은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독일 중고차 사이트에서
2001년 식 스즈키 중고차를 찾았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고물차'인지라
차를 파는 베를린 카센터 직원이
"멀쩡한 차를 다시 사라"고 말릴 정도로 상태가 나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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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7월 17일 영국 치체스터에서
다른 300여 개 팀과 함께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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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해가 뜨는 한여름의 유라시아 대륙을
에어컨도 없는 차로 달리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세수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웠고
식사는 무조건 슈퍼마켓 음식으로 때웠죠.
러시아에서는 타이어 휠캡이 빠지고
군인들에게 붙들려 5시간 동안 취조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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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둘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곳곳에서 만난 낯선 이들의 친절,
순록 떼, 유성우,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 등
좀처럼 보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이
둘에게 힘을 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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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8월 23일 드디어 결승점 울란우데에 도착했습니다.
"실감이 잘 나지 않았어요.
정말 다 끝났나? 싶었어요.
아직도 랠리를 마친 게 맞는지 가물가물해요."
심희린-희연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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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 간 인생을 배웠어요.
순위 경쟁을 할 필요도 없고
주행 과정을 저희에게 맞게 직접 계획하고 바꾸는 일이
정말 매력적이었죠.
삶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심희린-희연 자매

#.
용감한 자매는 이제 국내 자동차 여행을 계획 중입니다.
이들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앞으로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원본 / 김성규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이고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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