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지방이 억울하긴 하겠지만… 고지방식, 결코 정답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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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피트니스, 피톨로지
<4> 고지방식 논란 다시 보기

삼겹살 버터구이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페이스북의 글에서부터 회원들의 저지방 식단 거부로 곤욕을 치르는 트레이너에 이르기까지, 요즘 들어 다이어트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고지방 식단 열풍이다. 다이어트에는 당연히 좋고 건강에도 좋다는 고지방 식단, 정말 식이법의 마지막 열쇠일까.

 지방이 겪어 온 오해와 수난의 역사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이렇게 지방의 위신을 세워 주는 것은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심혈관계 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된 콜레스테롤만 해도 그렇다. 2015년 미국 정부의 자문기관인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에서는 콜레스테롤 섭취를 주의하라는 지침을 철회하는데, 콜레스테롤을 먹으면 몸의 콜레스테롤이 늘어난다는 통념과 달리 콜레스테롤을 먹는다고 해서 몸 속의 콜레스테롤이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 년 전에 식물성 지방의 누명이, 그 다음에는 콜레스테롤의 누명이 벗겨졌으니 이제는 동물성 지방의 차례다. 사실 비계나 라드 같은 동물성 지방이 지나친 오해를 받아온 감이 없지는 않다. 지방은 그 자체로 칼로리가 높지만 몇몇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 계산상으로 나온 칼로리에 비해 살이 적게 찌는 것이 관찰된다. 콜레스테롤을 먹는다고 해서 몸속 콜레스테롤이 늘어나지 않듯, 지방을 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지방으로 쌓이는 것은 아니다.

포만감 잘 쓰면 다이어트에도 도움

 다이어트의 관점에서 보아도 지방을 쓰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칼로리 관리이지만 여기에는 포만감이라는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데, 포만감은 위에 음식이 오래 머물수록 지속시간이 길어진다. 점심에 삼겹살을 먹으면 저녁이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은 이유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위장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포만감 유지에 도움이 되고, 따라서 적절한 양의 지방을 쓰면 포만감이 늘어나서 다음 끼니에 먹는 양이 줄어들게 되므로,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오히려 더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뿐이다. 지방의 좋은 부분은 인정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이 만능은 아니다. 먼저 고지방 식단부터 살펴보자.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고지방 식단의 핵심은 지방이 아니다. 탄수화물이다. 한국인은 밥을 주식으로 하고 있고, 300g의 밥 한 공기에는 약 100g의 탄수화물이 들어있다.

 하루 세 끼 밥을 챙겨 먹으면 밥으로 먹는 탄수화물만 300g이 넘어가고, 반찬까지 계산하면 400∼500g에 이른다. 그러나 하루에 우리 몸에 필요한 탄수화물은 150g 정도에 불과하다. 남는 건 전부 군살이 된다. 실제로 쇠고기의 마블링은 곡물(탄수화물)을 먹인 소에서만 보이고 풀을 먹인 소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마블링이 근육 사이에 덕지덕지 낀 지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생각과 달리 탄수화물이 얼마나 지방을 잘 쌓이게 하는지 알 수 있다.

평생 고지방 저탄수화물을 먹는다면 모르겠지만…

 게다가 탄수화물은 지방이나 단백질과 달리 몸에서 에너지를 써 가며 거의 전부 흡수하기 때문에, 똑같은 칼로리만큼 먹는다 해도 실제로 몸에 들어오는 에너지는 지방보다 탄수화물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악착같이 들어오는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체중은 일시적으로 굉장히 빨리 줄어든다. 우리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지방보다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쓰는 걸 좋아하고, 특히 뇌는 오래 굶지 않는 이상 탄수화물만 먹으려 한다. 이에 탄수화물을 줄이기 시작하면 몸은 비상식량인 글리코겐을 써서 필요한 만큼의 탄수화물을 어떻게든 공급하려 한다. 그런데 글리코겐 1g은 약 3g의 물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글리코겐이 조금만 없어져도 체중 변화는 상당히 큰 폭으로 일어난다. 실제로 없어진 에너지의 4배에 달하는 중량이 걷히기 때문이다.

 또한 저탄수화물 식단은 일시적으로 컨디션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탄수화물은 인슐린을 통해 몸에 흡수되는데, 이 과정에서 높았던 혈당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순간이 있다. 보통 식곤증으로 표현되는 이 무력감은 정제된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 인슐린이 치솟으며 생기는 현상이다.

 지방을 늘리고 탄수화물을 줄이면 당연히 이런 현상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포만감도 지속되고, 무엇보다도 칼로리는 유지하되 배속에 음식을 많이 집어넣지 않으니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 여기에 글리코겐 감소로 인해 체중도 줄어드니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거의 눈속임에 가깝다. 평생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을 고집할 수 없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

콜레스테롤 수치 오르는 등 부작용 가능성

 먼저 효과 문제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2년 이내의 효과만 보면 분명 칼로리의 총량만을 제한한 다이어트보다 약간 나은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실시하면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가 오르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몸에서 단백질을 분해해 필요한 만큼의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는 ‘당신생’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버리는 과정에서 간과 신장이 혹사당하고, 똑같은 양의 탄수화물에 몸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평생을 지속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평생을 지속해도 2년이 넘어가면 의미 없는 상태에 다다르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생각과 존재의 핵심인 뇌에도 문제가 된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해서 당신생으로도 뇌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 우리 뇌는 ‘케톤체(ketone body)’라는 지방 찌꺼기를 활용하게 된다. 먹을 게 없으니 나무뿌리라도 캐먹던 시절의 우리 모습과 닮아 있는데, 문제는 나무뿌리가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닌 것처럼 케톤체도 뇌가 먹을 만한 음식은 안 된다는 점이다.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쉽게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을 내거나 지치는 일이 잦아진다. 애당초 이러한 식이는 ‘케토제닉 다이어트(ketogenic diet)’라고 해서 뇌전증(간질발작) 환자의 치료 용도로는 적합할지 모르나, 병이 없는 일반인에게는 굳이 적용할 필요가 없다.

탄수화물 그냥 둔 채 지방만 늘려 먹으면 안돼

 그러나 운동선수와 일반인의 체지방비, 고지방 식단의 극적인 효과처럼 화려한 부분만을 내세운 방송을 통해 고지방 식단의 명암이 충분히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당장 주변을 돌아보면 제대로 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을 실시하는 사람들보다는 탄수화물은 그대로 둔 채 지방만 대폭 늘려서 제한 없이 먹는 사람이 훨씬 많다. 나쁘다고 생각했던 지방이 좋다는 것을 본 순간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지금보다 덜 먹고 더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이 간단한 진리를 외면하고 몸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도로 세상을 바라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고지방 식단은 혈당을 안정화시키고 일시적으로 체중이 줄여 주지만, 이미 밝혀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므로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

 냉정히 말해 고지방 식단은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변형일 뿐이다. 다만 우리가 지금까지 눈여겨보지 못했던 지방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어떤 음식에든 좋은 점이 있으니 적절히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고지방 식단 열풍의 이면에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영양 과잉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그런 균형을 찾는 힘이 아닐까.

생각하는 운동쟁이@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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