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출소하자마자 또 ‘쇠고랑’…“고아원에 버린 母가 만남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1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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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고아원에 버린 어머니를 만나 행복하게 살겠다고 다짐하고 출소한 40대 절도범이 어머니가 만남을 거부하자 다시 범행을 저지르고 쇠고랑을 찼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주택가 옥탑방만을 골라 15차례 걸쳐 1380만 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상습절도 등)로 이모 씨(45)를 붙잡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씨는 3월 3일 안양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기 직전 어머니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조차 할 수 없었다. 출소 후 간신히 통화가 됐지만 “만나지 말자”는 얘기가 전부였다.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만기 출소를 앞두고 바깥에 나가 가족들과 평범한 삶을 살 것을 다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혼한 어머니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고 동생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되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출소 후 18일 만인 3월 22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3층 옥탑방에서 미리 준비해둔 일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잠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정수기 위에 놓여진 현금과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 이 씨의 범행은 한 달 간 계속 됐다. 지난 달 18일에는 서울 중구 박모 씨(33)의 옥탑방에 침입해 150만 원 상당의 귀금속과 현금을 훔쳤다. 그는 이날 같은 지역에서 세 차례 더 도둑질을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주변 CCTV를 분석해 뒤를 쫓았지만 이 씨의 지능적인 도망치기에 번번이 잡을 기회를 놓쳤다. 이 씨는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15회 이상 버스를 갈아탔고 무릎을 다쳐 아픈 두 다리로 좁고 복잡한 골목길만을 골라 하루 평균 7시간 이상을 걸으면서 경찰을 따돌렸다.

이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10분경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앞 노상에서 잠복근무 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 가방에는 범행용 일자 드라이버가 있었고 CCTV에 찍힌 옷차림새 그대로였다. 경찰은 이 씨가 조사를 받으며 “엄마와 동생이 보고 싶다. 찾아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 씨가 훔친 물건을 장물로 매입한 금은방 주인 이모 씨(62) 등 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김단비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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