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여야 원내대표부터 만나 도움 청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6일 00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귀국 전용기에서 이란 방문 성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우리 국민이 경제를 재건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 힘을 합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언론을 향해 이렇게 솔직하게 ‘도와 달라’고 말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말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오찬 간담회 때와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다.

정작 박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어야 할 대상은 야당이다. 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경제 살리기,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마련 등 어느 것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성사시키기 어려운 과제다. 두 야당도 마침 협치(協治)와 ‘일하는 국회’를 말하고 있다. 대통령이 요청하기에 따라서는 20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도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언론 간담회에서 이란 방문을 마친 뒤 빠른 시일 내 3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 구성이 모두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면 너무 늦다. 여야 3당의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됐으니 그들부터 먼저 만나기 바란다. 아니면 차제에 지도부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여당은 빼고, 야당 지도부만 따로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4·13총선에서 야당인 한나라당이 제1당에 올라서자 “여야가 협력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영수회담을 제의해 열흘 만에 마주 앉았다. 야당을 대접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먼저 대화를 나눈 다음 여당 지도부는 나중에 만나면 된다. 대통령이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여당 지도부를 자주 만난다면 당청의 두 바퀴가 삐거덕거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도, 야당 지도부도 벽 보고 얘기하듯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만남이 의미를 가지려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서로의 차이를 좁혀 나가는 진정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먼저 야당을 진정한 국정 동반자로 여긴다면 야당도 화답할 것이다. 지금이 대결의 정치를 협치의 정치로 바꿀 좋은 기회다.
#박근혜 대통령#야당#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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