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점퍼 갈아입은 진영… 들뜬 野지지층, 벼르는 與지지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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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5]격전지를 가다
서울 용산-은평을-송파을 가보니

최근까지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에 한창이다. 무소속이면서도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간색 점퍼를 입고 지역을 누비는 후보도 있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이 만든 풍경이다. 서울 용산, 은평을, 송파을 등 3개 지역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이 후보들은 모두 새누리당 공천에서 컷오프(공천 배제) 돼 탈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새누리당인 듯 새누리당이 아닌’ 후보들이 뛰고 있는 셈이다.

○ 새누리당 3선 출신이 적군으로

“이번엔 2번입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왼쪽)이 28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을 방문해 지역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번엔 2번입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왼쪽)이 28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을 방문해 지역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번에 진영 의원을 찍을 거야.”

더민주당 지지자가 한 말이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용산에서 내리 3선을 했던 진영 의원이 더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16년 만의 야당 탈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효창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 씨(59·여)는 28일 “지난 선거 때는 주변에 투표하러 가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반대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진 의원이 더민주당에 입당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여성우선추천으로 공천된 서울메트로 경영혁신본부장 출신 후보의 당선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남동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는 “공천 때문에 싸우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진 의원과 황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이 지역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됐다는 게 변수다. 황 후보에 맞선 야권에서 진 의원 외에 국민의당 곽태원, 정의당 정연욱, 민중연합당 이소영 후보 등이 출마를 선언해 표가 갈릴 수 있어서다.

○ ‘기호 8번’ 이재오와 야권 난립


“제가 1번입니다” 여성 우선추천으로 서울 용산 지역구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오른쪽)가 28일 용산구청 앞 사거리에서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제가 1번입니다” 여성 우선추천으로 서울 용산 지역구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오른쪽)가 28일 용산구청 앞 사거리에서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불광역 사거리의 이재오 의원 선거사무소 플래카드에는 ‘새누리당 1번’이라는 기호가 빠지고 ‘8번’이라는 생소한 숫자가 눈에 띄었다. 이 의원은 탈당했음에도 새누리당 마크와 1번 기호를 지운 빨간색 점퍼를 입고 주민들에게 부지런히 인사를 했다.

불광동 제일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9)는 “대통령 눈치 안 봤다고 (이 의원의) 공천을 안 준 것은 심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 갈등에 여권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선 “마지막으로 한번 잘해 보라고 밀어주자”는 동정론도 나온다.

강북권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 후보가 없는 이 지역에는 야권 후보가 5명이나 출마했다. 더민주당 강병원, 국민의당 고연호, 정의당 김제남, 민주당 이강무, 민중연합당 유지훈 후보 등이다. 여야 양자 대결로 치러진 2012년 19대 총선에선 1.14%포인트 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야권을 지지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단일화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대조시장의 과일 상인 박모 씨(56·여)는 “이번에는 새로운 인물이 (국회에) 들어와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에 야당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후보 가운데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 송파을에 변화의 바람 불까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직장인 라병학 씨(39)는 “그동안은 새누리당을 지지해왔다”면서도 “이번에는 당과 관계없이 공약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가 없어지면서 민심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을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 내리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다. 송파구청장 출신 무소속 김영순 후보는 이날 아침 빨간색 점퍼를 입고 “새누리당을 지키겠다”는 피켓을 들었다. 컷오프(공천 배제)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했지만 무주공산이 된 송파을에서 ‘사실상의 새누리당 후보’를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생각은 엇갈린다. 5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선재 씨(55)는 “구청장 출신인 새누리당 성향 무소속 후보가 아무래도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자영업자 권모 씨(43)는 “마음에 드는 후보도 없고 투표하기도 싫다”고 여야의 공천 갈등을 비판했다.

젊은층에선 이번 기회에 야당 후보로 바꿔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주민들은 이날 아침 출근길 인사에 나선 더민주당 최명길 후보에게 “이번이 기회인 것 같다” “기호 1번만 찍었는데 달리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건넸다. 대전 유성갑에 출마했다가 송파을에 전략공천 된 최 후보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 이래협 후보와 여권 성향의 무소속 채현 후보도 뛰고 있다. 여야 후보가 난립하면서 유권자들도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송찬욱 song@donga.com·강경석 기자
#새누리당#진영#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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