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놓지 않는 크루즈… 벼랑끝에 선 루비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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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슈퍼화요일]
공화당, 양자구도로 재편 탄력
크루즈 “내가 유일한 대항마”… 루비오, 지역구 플로리다서도 위태
후보 결정 사실상 보름도 안남아… 단일화 싸움 조만간 정리될 수도

“나를 중심으로 한 팀이 되자. 그것이 트럼프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텍사스)은 자신감이 넘쳤다. 1일 자신의 지역구에 더해 오클라호마와 알래스카 경선에서 예상 밖 승리를 거두자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70)를 잡을 유일한 대항마라고 강조했다. 특히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후여서 그로서는 알래스카의 승전보가 더욱 짜릿했다.

반면 공화당 주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플로리다)은 이날 미네소타에서 첫 승리를 가져가는 데 그쳐 3위 후보로 밀려났다. 이제 공화당 대선후보를 결정짓는 ‘미니 슈퍼 화요일’(15일)이 보름도 남지 않아 크루즈와 루비오의 단일화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크루즈는 “여태껏 트럼프에게 져왔지만 이제는 이길 수 있고 이겨야만 한다”며 “어느 경선지에서도 승리하지 못했거나 의미 있는 대의원 수를 확보하지 못한 후보에게 간절히 힘을 합칠 것을 부탁한다”며 3∼5위 후보들의 경선 중도 포기를 호소했다.

공화당 경선이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트럼프와 크루즈의 양자구도로 재편되는 양상을 띠자 루비오는 다급해졌다. 15일 자신의 지역구인 플로리다 경선이 사실상 마지막 반전 카드인데 지난달 26일 여론조사에서 그는 28%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44%)에게 한참 뒤처져 있다.

루비오는 1일 오후 지지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공화당을 사기꾼(con-artist·트럼프를 지칭)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향후 4개 주 경선 준비에 40만 달러(약 4억9000만 원)의 급전이 필요하다”고 긴급 자금을 요청했다. 또 “오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경선은 긴 여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라며 경선 포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경선 시작부터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라는 2강 체제가 굳어진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2위 자리를 놓고 혼전을 거듭하면서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자를 바꾸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난세(亂世)’에는 트럼프가 유리하다고 미국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이 보도했다. 잡지는 “루비오와 크루즈 같은 기성 정치인을 지지해 봐야 그들은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아 ‘뒷줄’에 설 수 있을 뿐이다. 챙겨줄 정치권 인사가 없는 트럼프를 지지하면 당장 ‘앞줄’에 선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를 줄기차게 비판하다가 지난달 26일 “최고의 후보”라며 말을 바꾸고 지지 선언을 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54)가 당장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온라인 뉴스매체 데일리비스트는 2일 “트럼프에게 크리스티는 (일회용) ‘우버 택시’이거나 루비오에게 대항하기 위한 한 줄짜리 뉴스 제목용”이라며 “트럼프 진영이라는 말은 없다. 오직 트럼프만 있다”고 보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공화당#루비오#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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