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조율 실패한 김무성… “갈등만 키워” 수도권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03시 00분


與 수도권의원 총선 위기론 증폭… 안대희 마포갑, 오세훈 종로 출마
표밭 갈던 강승규-박진 거센 반발… 팔짱낀 金대표 ‘공정 경선’만 강조
수도권 비박도 “지도부 전략부재”… 계파에 매몰된 영남과 갈등 조짐

안대희에 항의하는 강승규



안대희 전 대법관(왼쪽)이 17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서울 마포갑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이 지역 당협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오른쪽)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은 이날 “정치인 안대희는 마포에서 시작하려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안대희에 항의하는 강승규 안대희 전 대법관(왼쪽)이 17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서울 마포갑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이 지역 당협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오른쪽)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은 이날 “정치인 안대희는 마포에서 시작하려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누리당이 4·13 총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다. 양상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아닌 ‘수도권 대 영남권’ 간 위기 인식의 차이가 내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17일 ‘험지 출마론’까지 잡음에 휩싸이면서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이날 공정한 경선만을 강조해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무(無)전략이 유일한 전략이 돼버렸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오세훈-박진 “종로 양보 못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맨위 사진)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 당사에서 4월 20대 총선의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박진 전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오 전 시장이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며 종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오세훈-박진 “종로 양보 못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맨위 사진)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 당사에서 4월 20대 총선의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날 박진 전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오 전 시장이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며 종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논란만 남긴 ‘험지 출마론’

‘험지 출마론’은 김 대표가 총선 인재 영입 경쟁에서 야권에 밀리자 꺼낸 ‘회심의 카드’였다. 하지만 이날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각각 서울 마포갑과 종로 출마를 확정짓자 해당 지역 도전자들은 ‘불나방’ ‘해당행위’ 등 온갖 독설을 쏟아내며 반발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안 전 대법관의 기자회견은 서울 마포갑 당협위원장인 강승규 전 의원과 그의 지지자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안 전 대법관이 “부산의 어린 중학생이 서울로 전학 올 때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마포가) 진정한 험지라고 생각한다”며 당과 협의를 거쳐 마포갑 출마를 결정했다고 밝히는 순간 강 전 의원 측은 “어디다 숟가락을 얹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강 전 의원은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재건한 당협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려는 도둑 아니냐”고 비난했다. 안 전 대법관은 경선 방식에 대해 “당에서 정해준 방식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도 김 대표를 만나 종로 잔류 의사를 전달한 뒤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종로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험지 출마론은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며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러자 박진 전 의원은 “당의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해당행위’”라며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로 시장 직을 내놓은 오 전 시장의 과거 전력까지 문제 삼았다. 명망가의 험지 출마로 수도권의 총선 경쟁력을 높이려던 구상이 오히려 당의 분열만 가져온 셈이다. 김 대표는 “본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 당의 공천 룰에 따른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 달라도 너무 다른 ‘수도권과 영남’

험지 출마가 ‘연착륙’에 실패하자 당내에선 김 대표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22, 23일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을 잇달아 만나 험지 출마를 제안했다. 하지만 당내 교통정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향식 공천’을 강조해온 김 대표로선 교통정리에 나설 명분 자체가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두 사람대로 상처를 받고, 당내 갈등만 키운 ‘악수(惡手)’가 돼버렸다.

‘새 인물’은 없고 명망가 출마까지 잡음에 휩싸이면서 수도권 의원들은 다시 ‘총선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은 17일 블로그에 ‘총선 승리를 위한 4대 선결과제’라는 글을 올려 △중도 인사 영입 △중도개혁 정책 제시 △당청 분리 △참신한 외부인사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김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을)조차 15일 김 대표 앞에서 “당의 역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우군인 비박계로부터 오히려 공격을 받는 형국이다.

이는 수백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이 영남권과는 크게 다른 데 있다. 투표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제안을 두고 김 대표가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반면 원유철 원내대표(경기 평택갑)는 단호히 반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에 반기를 든 친박계 의원 가운데는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 등 수도권 출신들이 많다.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조기 등판’시킨 것도 ‘전멸 공포감’에 휩싸인 수도권 의원들이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새누리당#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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