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천영우]김정은이 벼랑끝에 몰려야 핵포기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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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실상 北 핵개발 방조… 美도 北제재엔 인색했다
핵무장 北과 평화공존 불가능… 대북정책 근본전환 불가피
전방위로 현행제재 확대하고 미사일 방어망 구축하라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은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핵심 이해당사국들의 대북 정책이 빚은 필연적 결과다. 핵무기냐 수소폭탄이냐는 본질이 아니다.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핵무기를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크기로 소형화 경량화하는 동시에 폭발력을 키우고 탐지할 수 없는 곳에 은닉할 수단을 개발해 생존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북한은 실험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뿐이다. 북한이 그간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핵실험을 하더라도 가혹한 처벌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뿐이었다.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고 후환을 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자제할 이유가 없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아줄 것이라고 믿었다면 어이없는 착각이다. 비핵화보다 북한 체제의 안정을 중시하는 대북 정책의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없는데도 중국의 현란한 립 서비스와 북한에 대한 냉대를 정책 변화로 오판한 결과다. 북한 체제의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순간부터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상실하고 사실상 핵개발을 방조, 후원하는 역할밖에 할 수가 없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는 흉내를 내면서도 북한과의 교역을 대폭 확대하여 유명무실한 안보리 제재마저도 무력화시키고 북한의 명줄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자세에서 북한이 얻을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 정부도 비핵화에 집중하기보다는 핵무장을 향해 질주하는 북한에 대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의제화하고 북한의 부장, 국장급을 차관의 카운터파트로 삼는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고위급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4차 핵실험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김정은의 최종적 회답이다. 번영하는 자유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가 최대의 실존적 위협이고, 대한민국이 망해야 한 줄기 생존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김정은과 신뢰를 운위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순진한 초현실적 발상이었다.

미국도 이란의 농축시설 규모 축소를 위해서는 혹독한 전방위 제재를 불사하면서도 핵실험을 계속하는 북한을 제재하는 데는 유난히 인색했고, 비핵화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기에만 급급했다. 이렇듯 국제사회의 총체적 북핵 불용 의지 실종과 북핵 피로증이 핵실험을 조장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은 비분강개만 할 때가 아니다. 핵 무장을 한 북한과 신뢰 구축이나 평화 공존이 가능하다는 환상부터 버리고 대북 정책의 발상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북한 체제를 종식시키는 길밖에 없다. 김정은이 종말의 벼랑 끝에 몰려야 핵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도 열린다.

최우선 과제는 대북 제재의 개념과 범위를 전면 재편하는 것이다. 무기류와 사치품에 한정된 현행 제재를 포괄적, 전방위 제재로 확대하여 북한의 돈줄을 막아야 한다. 북한을 국제금융거래망(SWIFT)에서 퇴출시키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법인과 개인,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가해야 한다. 북한이 소유한 선박뿐 아니라 북한에 기항하는 제3국 선박이나 북한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도 제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특히 핵무기나 미사일을 일반 화물로 위장해 우리 항구에 무상출입해도 검색하지 않는 현 상황은 안보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이러한 제재가 나올 수 없다. 북한에 핵 포기 결단을 압박할 수준의 고강도 제재는 중국이 반드시 막을 것이다. 기껏해야 기존 제재 리스트를 일부 확대하는 미봉책으로 그치고 북한은 이름을 바꾸어 제재를 피해 가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다.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개별 제재로 보완하고 미국 의회가 북한제재법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도 개성공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금 유입 통로를 방치해두면 다른 나라에 제재를 요구할 도덕적 명분이 없어진다. 북한이 임금의 현물지급과 직불제도를 수용하지 않으면 폐쇄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독자 핵무장론과 미국 전술핵의 국내 재배치 주장은 핵 무장한 북한을 억지할 수단으로 핵무기가 최선이라는 미신에 기인한다. 북한의 핵 공격을 받아 서울이 초토화된 후에나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보다는 미국의 선제타격용 재래식 정밀유도무기(PGM)를 대거 국내로 전진 배치하고 놓친 핵미사일을 요격할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현실적이다. 공허한 핵 주권론에 바람날 때가 아니다.

천영우 객원논설위원 (사)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고문
#북한 핵실험#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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