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톡톡]“베트남 학교에 화장실 선물 위해 1200km 마라톤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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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2세 요리사… 결혼도 남극기지 근무도 꼭 하고싶어”

《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병신년은 원숭이의 해입니다. 원숭이는 십이지 동물 중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동물로 통합니다. 우리 민화와 설화에서 원숭이는 지혜와 재치가 있는 만능 재주꾼으로 등장합니다. 중국에서 원숭이는 건강과 성공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올 한 해 원숭이의 좋은 면을 닮기를 기원합니다. 어떤 고비가 오더라도 원숭이처럼 지혜와 재치로 잘 넘기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시민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습니다. 》

2016년은 병신년 원숭이의 해. 올해는 특히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한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중국에서 온 황금원숭이 가족들이 모여 있다. 황금원숭이는 ‘서유기’에서 주인공인 손오공으로 등장한 원숭이다. 올 한해 원숭이 가족처럼 우리 사회도 사랑과 행복이 넘치길 기대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16년은 병신년 원숭이의 해. 올해는 특히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한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 중국에서 온 황금원숭이 가족들이 모여 있다. 황금원숭이는 ‘서유기’에서 주인공인 손오공으로 등장한 원숭이다. 올 한해 원숭이 가족처럼 우리 사회도 사랑과 행복이 넘치길 기대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새로운 도전, 또 다른 시작

―세종시에서 나무 농사를 짓고 있어요. 10년 전 수도권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도시가 답답해 귀농했죠. 당시 천안연암대 도시민농업창업과정을 마친 뒤 타임캡슐에 ‘행복한 귀농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편지를 넣었어요. 올해 9월에 드디어 그 타임캡슐을 엽니다. 타임캡슐 속 편지를 읽으며 새로운 각오를 다시 다질 거예요. 전 10년간 제 소망이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힘들었지만 농사를 통해 인생을 배웠거든요. 요즘 귀농 특강을 하고 제가 재배한 나무를 중국으로 수출하느라 바쁩니다. 올해 소망은 제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조경수영농조합이 더 발전하는 것입니다.(김한종·46·귀농인)

―1998년 한의대에 입학했어요. 학교와 군 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선배님이 세운 한방병원에서 선후배들과 근무했죠. 올해는 저에게 뜻깊은 한 해가 될 거 같아요. 한의학에 몸담은 지 18년 만인 올해 드디어 제가 ‘원장님’이 되거든요. 선배님 병원에서 분원해서 나가요. 준비할 것도 많아서 걱정 반, 기대 반이네요. 새해엔 새 병원이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겠습니다.(고영진·38·한의사)

―독일의 원자력발전회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연봉이 나쁘지 않았지만 제 삶이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일본에 여행 갔다가 역동적이면서도 질서가 있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죠. 수년간 일본 학교나 기업에 이력서를 넣은 끝에 드디어 올해부터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공대에서 핵물리학 강의를 하게 됐어요. 일본 생활이 기대가 됩니다. 아, 소망 하나가 더 있네요. 결혼입니다. 하하하.(페터 쇼엔마이어·48·핵물리학자)

―올해 무척 바쁠 것 같아요. 지금 상명대 조리과학과 박사과정 중인데 졸업논문도 써야 하고요, 기능장 시험도 봐야 해요. 더 늦기 전에 결혼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남극 장보고기지에 다시 가고 싶어요. 제가 2009년 남극 세종기지에 주방장으로 1년, 2012년 남극 장보고기지에 건설현장 조리 총책임자로 5개월 있었거든요. 아름답고 독특했던 남극 생활을 잊을 수 없어서 문자나 e메일을 보낼 때 제 이름 앞에 ‘영원한 남극의 셰프’를 붙입니다. 이번엔 남극에 1년 머무르는 월동대원으로 가고 싶어요. 체력검정에 통과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할 거예요.(강경갑·42·요리사)

―저는 올해 다시 신입생이 돼요. 지난해 대학에 들어갔지만 흥미를 못 느꼈어요. 전공을 사회과학으로 바꾸고 싶어 재미없는 학교에 다니면서 다시 수능을 준비했어요. 제 한계를 시험해 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게 공부했답니다. 다행히 가고 싶던 학교에 입학하게 됐고, 올해는 새로운 곳에서 좀 더 스스로를 믿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아요. 지난해 수능 공부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새해에는 공연 관람 같은 취미 생활을 제대로 해보고 싶네요.(L 양·20·대학생)
가족과 행복한 시간, 마음의 평화 기원

―미얀마인인 아내가 올해 고국에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아내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에 미얀마에 진출하려는 한국 중소기업의 지사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를 차렸어요. 문화, 정서 등이 다른 양국의 다리가 되는 거지요. 아내가 미얀마에 있을 동안 멀리 떨어져 있을 텐데요. 부부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김원민·41·직장인)

―새해에는 가족들과 가까운 곳에 나가 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휴가 때 장인, 장모님과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제가 야근이 굉장히 잦아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바뀌었어요. 휴가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올해가 그 다짐을 실천하는 첫해가 될 거예요.(J 씨·31·회사원)

―늘 제가 약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 특히 마음이 연약한 이들이 저를 통해 기뻐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덕분에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사목의 길을 걷게 되었지요. 새해에는 모두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허무와 우울을 벗어나 생명에 깃든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김대묵 가브리엘 신부·41·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올해 학부모가 됩니다. 학부모들이 요새는 단체 카톡방으로 의견을 교환한다는데, 제가 워킹맘이라 카톡을 항상 하지는 못해요. 혹시라도 이것 때문에 학부모들 세계에서 왕따 당하지 않을까 벌써 걱정되네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생후 8개월 때 가와사키병(급성 열성 혈관염)으로 죽을 고비를 넘겼거든요. 공부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학창 시절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때니까요.(김연경·37·예비 학부모)

―사람들이 행복과 불행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에 눈떴으면 합니다. 자기만의 행복이나 이익은 잡을 수 없는 환영에 지나지 않습니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 갈 때, 소외나 불안, 고통과 부조리로부터 벗어나 자타를 치유해갈 수 있죠. 새해에는 저 자신부터 하루라도, 잠시라도 그렇게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덕현 스님·55·법화도량 주지)
새해에도 열정은 계속된다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한 지 6년째예요. 그간 ‘일본건축사’등 유수의 저널에 도시 재생에 관한 논문을 실었습니다. 논문을 준비할 때면 잠도 제대로 못 자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가 저널에 실리면 노력을 보상받는 듯해서 기쁘죠. 이번에도 ‘일본건축계획계’ 저널에 논문을 하나 냈습니다. 새해에도 그동안 했던 것처럼 부지런히 연구할 겁니다.(박성원·36·도쿄대 건축학과 박사과정)

―위생시설이 열악한 베트남 초등학교에 화장실 108개를 짓는 게 목표예요. 현재 마라톤을 하면서 모금하고 있어요. 전 군 복무 중 한쪽 시력을 잃었어요. ‘힘든데 왜 뛰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팔다리는 여전히 튼튼하니 직접 뛰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그간 독일 일본 등에서 총 8000km를 달려 3억 원을 모았어요. 베트남에서는 지난해까지 1000km를 뛰었어요. 베트남 국토의 길이가 남북으로 약 1700km인데 절반 이상을 뛴 거죠. 올해는 1200km를 더 뛰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줄 거예요.(진오 스님·54·사단법인 ‘꿈을 이루는 사람들’ 대표)

―기타 제작·수리 전문회사에서 일하다가 2년 전 제 가게를 차렸습니다. 사장님이 됐다는 사실에 벅차고 기뻤지만 동시에 책임도 커졌기 때문에 더 긴장이 됩니다. 연구개발도 늘 해야 하고요. 전공은 정보통신공학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워낙 악기들을 뜯어보고 고쳐보면서 소리를 비교 분석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어느새 10년째 이 길을 걷고 있어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호평을 많이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악평이 없는 가게를 꾸리는 게 올해 소망이에요.(안성광·36·기타제작수리업체 Dr.A 대표)

―제가 연출하는 뮤지컬인 ‘웰다잉’이 이달 첫선을 보입니다. 문자 그대로 ‘잘 죽자’, ‘존엄하게 죽자’라는 내용입니다. 우리 사회에 중요한 사안인 만큼 많은 관객들이 보고 무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올해 제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뮤지컬인 ‘빨래’가 중국에도 수출이 되죠. 한국에 선보인 지 10년이 넘었는데 중국 관객에게도 반응이 좋으면 좋겠네요.(추민주·41·초연 뮤지컬 ‘웰다잉’ 연출가)

―1979년 5월 17일 입사했으니 36년 6개월간 한 회사에서만 일했네요. 제가 만든 배가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는 보람, 세계 1등 조선소를 다닌다는 자부심으로 일했죠. 올해 우리 회사가 흑자를 내서 일류기업의 명성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휴일엔 경로당에서 색소폰 공연을 합니다. 새해엔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제 공연으로 기쁨과 위안을 드리고 싶어요.(안병부·55·현대삼호중공업 건조3부 부장)

오피니언팀 종합·안나 인턴기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졸업
#병신년#새해#도전#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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