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재미있는 DMZ, 생태체험 팝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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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년 리더]<15>농촌사업가 이동훈 디엠지플러스 대표

귀농한 아버지를 돕다가 청년 농촌사업가로 거듭난 이동훈 디엠지플러스 대표가 요리 경연대회에 쓰이는 사과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파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귀농한 아버지를 돕다가 청년 농촌사업가로 거듭난 이동훈 디엠지플러스 대표가 요리 경연대회에 쓰이는 사과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파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평양 205km.’ 도로 위 녹색 안내판에 평양까지의 거리가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삼엄한 경계를 헤치고 경기 파주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들어온 터였다. 인근 군부대에서는 사격 연습을 하는지 소총 소리가 계속 들렸다. 이동훈 디엠지플러스 대표(28)는 “국내 체험 관광지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것이 우리 사업장일 것”이라며 웃었다. 서울에서 개성 방향으로 자유로를 타고 달리면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이 남북출입국관리사무소다. 그 바로 옆 사과 농장에서도 청년의 꿈은 영글고 있었다.

○ 귀농 아버지 돕다 ‘농촌 사업가’로

이 대표는 청년 농촌 사업가다. 그는 지난해 대학 졸업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 입상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7년 전 귀농한 아버지 이영길 씨(55) 소유의 경기 파주시 문산읍 사과농장 옆에 체험 시설을 열었다. 이름은 ‘베짱이 학교’.

민통선 안에 있는 농장의 위치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그는 “체험 시설의 콘셉트를 ‘재미있는 비무장지대(DMZ)’로 설정하고 관광공사와 협력해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자연 그대로인 민통선 안쪽 지역이 도시민들에게 가장 쉬기 좋은 청정 지역이라는 점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짱이 학교의 주된 프로그램은 요리 만들기. 민통선 안에서 생산한 여러 종류의 식재료를 활용해 그동안 가정에 소홀했던 아버지들이 ‘요리 경연대회’를 연다. 어머니들은 옆에 있는 족욕기를 사용하면서 편하게 쉬거나 사과 수확 등 생태 체험을 한다. 어린이들은 DMZ 관광을 할 수 있다. 회사에서 팀 단위로 워크숍을 오는 사람도 많다. 이 대표는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있었지만 총 5000여 명이 체험 시설을 찾았다”며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체 25곳에서 찾아와 팀 단위로 요리 만들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대표는 귀농한 아버지를 돕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가 초보 귀농인이다 보니 사과 재배 기술이 부족해 피땀 흘려 키운 사과를 제값에 팔지 못했다”며 “농장에서 생산한 사과를 가공하거나 서비스를 결합하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 같아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체험 농장인 베짱이 학교 외에 주스도 만들고 있다. 농장에서 딴 사과를 경기 고양시의 한 쇼핑몰에 들고 가 ‘파머스 애플’이라는 이름의 사과 주스와 디톡스(해독) 주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1차 산업)에 제조업(2차 산업), 서비스업(3차 산업)을 결합하면서 디엠지플러스는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하는 ‘6차산업 사업체’에도 선정됐다. 이 대표는 “사과 판매만 할 때보다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 발상만 바꾸면 창업 천국

통상 ‘청년 창업’이라고 하면 정보통신(IT) 업종을 떠올린다. 이전에 없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청년 창업의 결과물이다. 20대 청년이 농촌에 뛰어들어 창업에 나선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우리가 매일 먹는 식자재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라”며 “농업 농촌 분야야말로 아이디어만 있으면 청년들이 다양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 차원에서 농촌 살리기를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 벤처 창업과 비교해도 청년의 창업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DMZ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100만 명에 달한다지만 재방문율이나 현지 구매 비율 등은 극히 낮은 상태”라며 “농촌 관광을 활성화해야 대한민국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관광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이 대표는 “주위 사람들과 진행 속도를 맞추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촌은 가족이나 이웃 등도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라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급하게 진행하고 싶더라도 점진적으로 주위 사람을 설득하고 사업을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파주=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청년드림#농촌사업#디엠지플러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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