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관철시킨 文… ‘불신’ 더 깊어진 野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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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안, 비주류 퇴장속 박수로 통과
안철수 “반대의견 봉쇄돼” 불참… 文 재신임 첫 고비 넘겼지만 내홍

재신임의 첫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분당의 기로에 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오후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중앙위원 전체 576명 중 417명이 출석해 통과 요건인 재적 과반이 넘는 340명이 박수로 만장일치 가결했다. 중앙위 연기를 요구했던 안철수 의원은 불참했다. 무기명 투표를 주장한 비노(비노무현) 진영 일부는 표결 전 퇴장했다.

혁신안 통과에 1차로 자신의 대표직을 걸었던 문재인 대표는 첫 번째 재신임을 받았다. 문 대표는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따로 재신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신임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날 중앙위 직후 문 대표의 얼굴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만장일치 통과는 제대로 혁신하고 우리 당을 단합하고 통합시켜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 달라는 중앙위원들의 간절한 요구”라며 “혁신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 전원(문 대표 제외 128명)에게 편지를 보내 “혁신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대표로서 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지, 혁신안과 저의 재신임을 연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혁신안 통과에 자신의 재신임을 걸어 사실상 중앙위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노 진영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의 이날 ‘승리’로 내홍이 잦아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내 인사는 드물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반대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강행 통과시킨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며 “당내 분란이 지속될 텐데 왜 그렇게 무리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출석은 했지만 표결 직전 퇴장한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왜 그렇게 몰아붙이고 국민과 당원을 둘로 가르려는 선택을 강요합니까. 문재인 대표의 결단만이 당을 구하고 분열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비노 진영인 주승용 최고위원,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도 각각 페이스북에서 문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제1 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문 대표가 재신임 절차를 강행하지 말고 화합을 위한 노력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당을 추슬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혁신안 통과는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라며 “문 대표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더 뛰어넘는 대탕평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문 대표가 당에 가득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의원평가위원장과 공천심사위원장을 비노 진영의 선택에 따르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
#혁신#불신#혁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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