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저점? 추가 폭락?… “10월 中정부 움직임 주목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中증시 어디로… 전문가 진단

‘용(중국)’의 기침에 세계 경제가 떨고 있다. 신흥국 증시는 ‘중국발(發) 바이러스’에 단체로 독감에 걸린 듯 휘청거렸고, 선진국 시장까지 폭락하며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세계 증시를 강타한 ‘차이나 쇼크’에 놀란 미국 유럽 등에서는 “중국은 허약한 경제 체질과 불투명한 금융 시스템을 가진 중증환자”라는 진단이 나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에 미칠 중국 경제의 위험성을 진단하느라 분주하다.

거대한 성장 잠재력과 투자 매력만큼 위험도 큰 것이 중국 시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이끌어 오던 중국 경제가 식어가자 투자자들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중국 경제가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게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중국 현지 경제 전문가들을 통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고 있는 중국 증시를 진단했다.

패닉에 빠진 ‘싼후’들


“중국 증시는 정부가 방향을 주도하고, 다수의 개미투자자가 휩쓸리는 미성숙한 시장이다.”(김병하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대표매니저)

중국 증시에서는 개미투자자들을 ‘싼후(散戶)’라고 부른다. 장이 열리면 일제히 증권사 전광판 앞에 몰려들었다가 장이 끝나면 동시에 흩어지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이런 ‘싼후’가 중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다. 엄준호 NH투자증권 상하이사무소장은 “싼후들은 기업가치 등을 분석하는 합리적 투자자가 아니다”며 “중국 증시가 오를 때 크게 오르고, 떨어질 때 크게 떨어지는 것은 싼후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폭등 장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해 6월 중순부터였다. 당시 상하이종합지수는 2,000 선이었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외면하는 등 유동성이 제대로 돌지 않자 중국 정부는 기업이 은행이 아닌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도록 2013년부터 증시 활성화를 추진했다”며 “이 효과가 지난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사실상 자본시장의 문호를 여는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을 시행하자 증시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중국 정부가 판을 깔고,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급성장한 것이다.

‘묻지 마 투자’의 후유증은 컸다. 6월 상하이지수가 5,166.35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자 싼후들이 주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8월 들어 주가 하락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자 싼후들의 불안감은 고조됐고 상하이지수는 25일 3,000 선 아래로 고꾸라졌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하이리서치사무소장은 “투자자들이 정부 깃발만 쫓아다니며 투자를 했는데 8월부터 갑자기 그 깃발이 사라지자 개인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증시가 3,000 선 밑으로 떨어지자 “이제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주수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홍콩법인 이사는 “올해 상승분을 다 반납했으니 이 정도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현지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2,500 선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여전하다. 김병하 대표매니저는 “주식 버블이 언제부터 시작됐느냐고 보느냐에 따라 바닥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며 “11월 후강퉁이 시작될 때를 기준으로 잡으면 당시 주가였던 2,500 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중국발 ‘D(디플레이션)의 공포’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향방은 실물 경제가 얼마나 회복세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중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세계 경제에서는 ‘중국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가 일었다. 케빈 라이 다이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 경제는 연착륙과 경착륙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경착륙과 금융위기 사이에 있다”고 우려했다. 불투명한 금융시장과 제도, 수출과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경제 성장률이 조금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로 볼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주수용 이사는 “그동안 경제성장률이 7%를 넘다가 올해 처음 못 넘을 것 같으니 위기라고 한다”며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 수준과 정책 효과를 고려했을 때 상하이지수가 3,000∼3,500 선까지는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식 투자 인구(약 9000만 명)가 중국 전체 인구 대비 10% 미만이며 주식 투자 금액이 개인투자자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0% 에 불과하다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다. 주식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늘더라도 소비에 영향을 줘 내수를 크게 위축시킬 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식어가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는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제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도도 담겨 있다. 최근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정책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경기 부양책이다. 스원빙(施汶秉) 유안타증권 상하이리서치센터 투자전략가는 “중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인 것”이며 “주식시장 폭락의 충격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방어막을 만들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전승절부터 10월까지 흐름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정치적, 경제적 대형 이벤트가 이어지는 다음 달부터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음 달 3일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중국 최대 소비 기간인 국경절 연휴(10월 1∼7일)와 10월 초로 예고된 중국 공산당의 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 전회) 등 굵직한 이벤트를 거치면서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과 건설사업 등의 경기 부양 카드를 추가로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박태규 KDB대우증권 홍콩법인 이사는 “상반기에 발표한 각종 건설사업이 아직 착공되지 않았다”며 “이미 발표된 사업들만 계획대로 이뤄지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국유기업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주 이사는 “사업영역이 겹치는 해운, 철강 등의 국유기업이 정리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추가 절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8월 중순 3차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3∼6.4위안대로 올렸다. 중국 정부는 “추가 절하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으면 예고 없이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현동식 소장은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추가 절하를 통해 달러당 6.8위안 이상 올려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동시에 중국 경제가 정말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중국 안팎의 신뢰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은 중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다. 주식시장 활성화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고,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시장의 혼란이 생기자 중국 정부의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책의 약발이 안 먹히는 상황이 오면 중국 성장률의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경제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에 투자할 때 주가지수만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엄준호 소장은 “중국은 지금도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기업이 계속 출현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시장의 흐름만 좇지 말고 제 나름의 기준과 철학으로 장기투자를 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주애진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