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청업체 동양종건에 포스코는 되레 ‘乙’ 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檢 조사서 ‘방만경영’ 진술 쏟아져
“해외경험 없는데도 수천억 일감… 회사 고위층 입김 작용 가능성”
배성로 前동양종건 회장 내부회의서… “공사 수주는 포스코 인큐베이터 덕”

“그동안의 (공사) 수주는 포스코라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이뤄졌다. 내년이면 끝난다.”

포스코 관련 사업 특혜 수주 의혹을 받는 배성로 동양종합건설 전 회장(60)이 회사 내부회의에서 한 발언으로 검찰에 파악된 내용이다.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2012년 이후 배 전 회장이 몇 차례 한 이 말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검찰 수사로 한때 ‘국민기업’으로 평가받던 포스코의 방만 경영 실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와 동양종건의 유착 의혹을 확인한 결과 포스코 핵심 실세들의 입맛에 따라 사업권이 좌지우지된 단서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 검찰은 수사 장기화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포스코 내부에서 벌어진 방만과 전횡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포스코의 동양종건 인도 사업 특혜 제공 의혹과 관련해 야권의 한 국회의원 가족 A 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A 씨는 인도 현지에 진출한 1세대 건축가로 불린다. 그는 “포스코가 인도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 사업을 수주하려 접촉했지만, 이미 동양종건이 진출하기로 사실상 짜여 있는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결국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측근인 컨설팅업체 I사 대표 장모 씨(구속기소)를 접촉한 뒤에야 일부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는 진술도 했다. 특정인이 이권의 향방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해외 수주 경험이 없던 동양종건이 수천억 원대 일감을 받은 것은 포스코 고위층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진술도 받았다.

포스코가 오히려 하청업체인 동양종건에 을(乙)의 입장이었다는 임직원 진술도 쏟아진 상태다. 이들은 “포스코건설에 줄 만한 (대형) 일감까지 동양종건에 주기도 했다” “포스코는 동양종건이 맡은 건설 현장에 거의 간섭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했다. 또 “정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이던 김모 씨조차 동양종건 쪽에 자신의 인사를 정 전 회장에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명절엔 전무급 임원이 동양종건에 인사를 갔다”는 진술까지 쏟아졌다.

동양종건이 포스코 측에 정식 보증서를 제출하지 않고 ‘각서’만으로 수십억 원을 선급금으로 받아간 것도 검찰이 확인할 부분이다. 검찰은 ‘(동양종건에 준) 선급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실무진에게 정동화 전 부회장이 “그냥 넘어가지 않으면 인사조치 하겠다”고 압박한 단서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동양종건 배 전 회장을 이르면 이번 주 소환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확인하기로 했다. 동양종건은 인도 사업 수주 특혜 의혹과 관련해 “포스코에서 어떠한 특혜도 제공받은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기자
#포스코#인큐베이터#배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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