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재판장과 동기인 변호인을 추가로 선임했다. 이 전 총리 측 이상원 변호사는 재판장인 엄상필 부장판사와, 홍 지사 측 이철의 변호사는 재판장인 현용선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두 변호사 모두 판사 출신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그제 “연고 관계나 전관의 영향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재판부 재배당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음 달 1일부터 형사 합의부 사건 가운데 재판장과 연고가 있는 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을 요청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논란이 커지자 홍 지사 측 이 변호사는 더이상 변호를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총리 측 변호인도 법원이 재배당하기 전에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옳다.
마침 그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전원일치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이 변호사에게 착수금과 별도로 구속을 면하거나 형량을 줄여주는 대가로 주는 보너스가 성공보수다. 유력 인사의 경우 거액의 성공보수를 약정하고 변호인은 이를 받아내기 위해 검사, 판사와의 온갖 연고를 동원한다.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처럼 전관(前官)에 연고까지 있는 변호인을 선임할 때는 성공보수 약정을 맺는 게 변호사 업계의 관행이다.
국민은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한 달에 1억 원씩 벌어들이는 검찰과 법원 고위직 출신의 전관예우 실태를 보고 경악했다. 법원도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전관예우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과 석 달 전까지 국무총리를 지냈거나 도지사직에 있는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가 대놓고 재판장과 동기인 변호인을 선임하다니 뻔뻔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형사사건은 한쪽 당사자가 국가를 대신하는 검사이고 형사사법적 정의란 게 모호해서 검사든 판사든 재량의 여지가 크다. 대법원은 전관예우와 연고주의의 고리가 여기에 있다고 보고 성공보수를 무효화했다. 획기적인 판결이다. 변호사협회는 전체 수임액수가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법조계의 악습을 없앤다는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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