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제한 족쇄 풀리나”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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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가뭄 시름 앓는 건설업계, 사면 움직임에 반색

‘광복절 사면’의 필요성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건설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4대강 공사 등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각종 담합이 적발돼 국내 공공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을 코앞에 둔 건설업체들이 사면 대상에 들어갈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입찰 제한 조치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번 사면의 필요성의 하나로 ‘국가발전’을 내세운 만큼 건설업계가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2009년 진행된 4대강 사업 등 공공기관 공사의 입찰에서 건설사들이 담합했다며 2010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건설사 72곳에 대해 공공 공사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내린 상태다.

○ 해외 수주 어려운데 입찰 제한이 ‘족쇄’

13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공정위의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받은 72개 건설사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입찰 참가에 제한을 받는다. 이들 건설사 중 상당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에 속하는 업체다. 입찰 담합으로 건설사들에 부과된 과징금만 총 1조2768억 원에 달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담합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에 과징금 등 벌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주가 중심인 건설업이 돌아가도록 입찰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견 건설사들은 국내 공공기관 공사의 비중이 높아 입찰 제한이 실제 시행되면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중견 건설사인 A사의 관계자는 “회사 매출액의 30∼40%가 공공기관 공사 수주에서 나오는데 입찰 제한에 걸리니 암담하다”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의 결과가 나오는 올해 말부터는 경영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털어놨다.

입찰 제한은 해외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발주처 가운데는 한국 건설사들의 입찰 제한에 대해 소명해달라고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수주경쟁에 뛰어든 해외 경쟁사가 입찰 제한 사실을 강조하며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흑색선전을 일삼기도 한다.

○ 과거 입찰 제한 ‘대사면’ 재연되길 기대

건설사들은 그간 건설업계가 경제활성화에 기여한 부분 등을 고려해 입찰 제한의 족쇄를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초 대형 건설사 100여 곳의 입찰 제한을 한꺼번에 풀어줬고 2000년과 2006년에도 건설사에 대한 대규모 사면이 있었다. 방영갑 한국건설경영협회 전무는 “최근 건설사들의 경영 사정이 말이 아닌데 정부에서 사면이나 입찰 제한에 대한 얘기가 없어 갑갑했다”며 “건설사들은 입찰 제한 해소 문제도 특별사면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입찰 담합으로 인한 건설사의 어려움을 타개할 방안으로 ‘그랜드 바겐’(일괄 처리)을 건의하고 있다. 그동안의 담합 사건을 일괄 처리해 과징금을 부과한 뒤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은 사면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영국 공정거래청은 2009년 자국 내 건설업체들의 입찰 담합 건을 일괄 조사해 119건의 담합 건에 대해 과징금을 한 번에 부과한 후 사건을 종결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천호성 기자
#수주#입찰제한#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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