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우려 못씻는 간이 음압병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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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일반병실에 이동형 장비 설치
공기유출 막을 이중문 공간 없어… 임시로 쓰지만 시설보완 시급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다른 환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음압병실이 운영되고 있지만 시설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1일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에서 현재 10개 병실에 이동형 음압장치 설치를 완료했다”며 “상대적으로 장기입원이 필요하고 폐렴 증상이 심해 감염 전파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우선 이송하고, 15개 병실에 음압장치를 추가 설치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은 메르스 환자를 치료 중인 삼성서울병원조차 그동안 음압병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압병실은 밖보다 기압을 낮게 해 공기가 병실 안쪽으로만 흐르도록 설계된 시설이다. 여기엔 공기 중 미세입자를 빨아들여 병원균을 없애 의료진의 감염을 막아주는 장치가 설치된다.

전문가들은 이동형 음압장치를 설치해도 감염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이중문 구조인 전실(前室) 등이 구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지역 대학병원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음압병실이 제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실(이중문 사이 공간)이 꼭 필요하다”며 “전실은 의료진의 옷 등에 묻은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공기 유출을 막는 필수 완충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에 음압병실은 21일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지방 의료원 등 국가 지정 격리병원의 104개를 포함해 모두 232개다. 격리병원 이외의 병원에도 일부 음압병실이 있지만, 대부분 공기를 빨아내는 시설만 있을 뿐 전실이 없는 형편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실, 공조기, 내부 화장실, 세면장, 탈의실 등 음압 병실 하나를 제대로 갖추려면 5억 원이 넘게 든다”며 “수익성 문제 때문에 설치가 어렵다”고 했다.

대책본부는 이런 지적에 따라 대책을 마련 중이다. 권덕철 대책본부 총괄반장은 “국립중앙의료원과 같이 (전실을) 설치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간이로도 설치할 수 있다”며 “아니면 병동 한쪽을 폐쇄해 그 공간을 활용하면 전실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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