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내부 “潘총장 너무 나이브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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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기문 방북 취소]
방한일정 부대행사처럼 방북 발표… 北 지도부 심기 건드렸을 가능성

유엔 주변에서는 북한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개성공단 방문) 허가 결정 취소에 대해 “황당하고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20일 “수개월 전부터 사무총장실에서 주유엔 북한 대표부를 통해 추진해 온 이번 방북 건은 북측으로부터 ‘긍정적 통보’를 받고 나서야 19일 공식 발표한 것인데 북한이 왜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꿨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북한은 그동안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많은 관심과 호의를 꾸준히 보여 왔기 때문에 반 총장을 이렇게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2010년과 2011년 반 총장의 정무담당 측근인 한국 외교관들의 방북을 허용했고 ‘유엔 회원국’의 자격으로 반 총장에 대한 초청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하기도 했다. 유엔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했다’는 기사는 언제 써도 팩트(사실)”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유엔 주변에선 “반 총장 측이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 것 아니냐” “너무 나이브(순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의 한 외교 소식통은 “개성공단이 비록 북한의 수도(평양)는 아니지만 그래도 북한인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22년 만의 방북’이 마치 방한 일정의 한 가지 부대행사처럼 진행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듯’이 한국에 온 김에 이뤄지는 방북 추진의 모양새가 북한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유엔#반기문#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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