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潘총장 개성공단行 막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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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반기문 방북 취소]
① 潘 ‘SLBM 비판 발언’에 발끈?
② 숙청정국 강경파가 대화 차단?
③ 개성공단 임금갈등 부각 우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무산 소식이 전해진 20일 한 정부 소식통은 “한마디로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 총장의 방북 허가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북측이 막판에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북한이 걷어찬 남북 평화 메신저

반 총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개발 등 도발에 대해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이런 것들이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는 것을 북한 정부에 말씀 드린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반 총장이 북한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언급한 것 역시 북측 반발로 이어진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이날 반 총장의 발언을 한미일 정부와 공조를 같이하는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20일 오후 외교부에서 열린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특별행사’ 연설에서 원래 “개성공단에서 ‘기꺼이 평양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거듭 말할 것”이라고 밝히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준비했다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연설 원문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반 총장은 개성 방문이 취소된 탓인지 실제 연설에서 준비된 원고대로 읽지 않았고 개성공단 관련 언급도 하지 않았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유엔이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대북 제재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도 북한에 불편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최고 존엄(김정은)과 핵 보유 정당성 주장을 외교 무대에서 최우선 의제로 다루고 있다”며 “반 총장이 방북을 통해 이에 역행하는 듯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 피의 숙청 시기에 득세한 강경파의 반대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달 말 ‘내부 사정’을 이유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무산되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신변 이상이 감지된 후 본격화되는 북한 강경파의 득세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반 총장의 방북 허가 사인을 유엔 측에 최종적으로 보냈지만 강경파가 다시 치고 들어와서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변덕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 소식통은 “피의 숙청 시기에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마련”이라며 “당분간 대결 국면을 지속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말했다.

○ 개성공단 부각에 대한 부담감 작용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에는 뉴욕 유엔본부를 출입하는 주요 외신기자단도 동행할 예정이었다. 한국인 출신 유엔 수장의 첫 방북이라는 측면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자연스럽게 쏠릴 수밖에 없어 북한이 막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남측이) 개성공단 사업을 파탄시키려 한다”며 북측 근로자 임금인상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반 총장의 방북이 2월 말부터 이어진 임금 갈등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재계는 반 총장 방북 무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입주기업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도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김정안 jkim@donga.com·곽도영 기자
#개성공단#반기문#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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