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흉기, 악플

김재형기자 입력 2015-05-20 03:00수정 2015-05-20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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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5월의 주제는 ‘문화예절’]<93>부끄러운 우리사회 자화상
‘레나(필명·여)는 탈영병의 자살 소식을 듣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잘 죽었다’는 댓글(메시지)을 올렸다가 마녀사냥을 당한다. 인터넷상에서는 그녀의 사과를 받기 위한 원정대까지 조직된다. 수많은 악성 댓글에 상처받은 레나는 원정대가 도착하기 직전 목을 매 자살하고, 누리꾼들의 비난은 다시 원정대를 향한다.’

지난해 말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영화 ‘소셜포비아’의 줄거리다. SNS시대 무책임한 언어폭력의 악순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실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한국의 한 국가대표 선수에게 악플을 달았다가 마녀사냥을 당한 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사이버상의 댓글도 이처럼 폭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를 무시하고 심심풀이로, 재미 삼아 악성 댓글을 달곤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2014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 이상 50대 이하 성인 1500명 중 17.4%가 사이버 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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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하게 악성 댓글을 달았다가 법정에서 처벌받은 사례도 많다. 주부 A 씨(45)는 인터넷 뉴스기사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을 두고 ‘가족 목숨 팔아서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네’라고 썼다. A 씨는 지난해 12월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어른들의 이 같은 부끄러운 모습과는 달리 일부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선플(좋은 댓글) 달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경기 평택시 한광고등학교는 2007년부터 ‘선플 누리단’을 만들어 인터넷에 좋은 댓글을 달 것을 유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단순히 좋은 댓글만 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칭찬하기, 감사한 마음 표현하기 등의 활동도 펼치고 있다. 윤상용 교사는 “학생들은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 하나에도 부모가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댓글(문자) 하나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놀림을 받고 자살까지 생각하던 제자 한 명은 다른 친구들이 SNS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댓글을 달아주니 3개월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며 선플 달기 운동의 효과를 강조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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