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수만은 없는 친박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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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이후]성완종 리스트로 위축된 판에… 非朴 김무성 입지 강화
“관악을 승리 野분열 덕” 평가절하… ‘黨이 당청관계 주도’ 전망도 일축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하면서 당 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우선 친박계가 견제했던 김무성 대표가 이번 재·보선 승리의 견인차였던 만큼 김 대표에게 갈수록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보선 승리로 박근혜 정부의 집권 3년 차 국정동력을 확보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여권의 중심추가 박 대통령에서 김 대표 쪽으로 급속히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편치 않아 보인다. 그동안 친박 세력은 김 대표를 적절히 견제하면서 권력의 균형을 절묘하게 유지해왔지만 이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친박계의 처지도 위축돼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친박 진영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수록 친박 진영은 더 목소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퇴에 이어 검찰 수사가 친박계 인사들을 정조준할 것이란 관측도 나돌고 있다. 김 대표를 겨냥해 “새누리당이 김무성 사당이냐”라고 목청을 높일 상황이 아닌 것이다.

친박계 일각에선 김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의 공천 주도권을 쥐면서 친박계를 압박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한 상향식 공천을 내걸고 있지만 당 대표의 공천 입김이 현실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사석에서 “지금 새누리당에 친박이 어디 있느냐”며 친박계를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친박계 일각에선 이번 재·보선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김 대표가 재·보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 관악을의 경우 처음부터 야권 분열이 결정적 승인(勝因)이었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김무성 역할론’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번 재·보선의 작은 승리에 도취하면 내년 4월 총선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이 이번 패배를 교훈 삼아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선거 승리로 청와대가 주도했던 당청 관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도 일축하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입지가 일단 탄탄해지겠지만 몇 석을 얻었다고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도식주의적인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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