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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입증 어려운 李, 확인 가능한 洪

입력 2015-04-15 03:00업데이트 2015-07-1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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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수사 급물살]법조계 檢수사 전망은
李, 메모-말만 있고 객관적 증거없어… 洪, ‘전달자’ 진술따라 수사 속도낼 듯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리스트’에 적힌 여권 핵심 8명 중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사건 초기 단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성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총리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고 했고, 홍 지사에겐 자신의 측근 윤모 씨를 통해 1억 원을 전달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14일 이 총리와 홍 지사 모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홍 지사는 성 회장이 돈을 건넨 후 자신에게 확인까지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고, 이 총리는 심지어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까지 했다. 두 사람 모두 검찰의 우선 수사 대상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홍 지사 쪽은 ‘전달자’가 있고, 한쪽은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주장이라 수사 과정은 다소 다를 수 있다.

이 총리의 경우 성 회장의 메모지에 이름만 적혀 있고, 성 회장이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2013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선거사무소에 가서 그 양반(이 총리)한테 3000만 원을 줬다”고 한 게 전부다. 설령 성 회장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제3자의 증언이나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2008년 4월 총선 직전 새누리당 윤진식 전 의원이 제일저축은행 유동천 회장에게서 선거자금 명목으로 4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1심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공여자인 유 회장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유 회장 운전사의 진술이 바뀌었다는 이유였다. 검찰 관계자는 “살아있는 공여자가 1, 2, 3심 법정에서 돈을 전달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도 진술이 조금만 바뀌면 유죄를 받아 내기는 어려운 상황”고 말했다. 하지만 돈 전달 과정이 녹음된 파일이나, 목격자가 나온다면 수사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홍 지사의 경우 돈을 전달했다는 윤 씨가 존재하고 있어, 윤 씨와 홍 지사 양측이 사활을 건 진실 공방을 벌이는 형국이다. 홍 지사와 관련된 ‘1억 원’은 이미 경남기업 수사를 해 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가 이달 초 이 회사 재무담당 한모 부사장에게서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지난 2011년 6월 현금 1억 원을 인출했고, 회장 집무실에서 윤 씨에게 직접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돈의 최종 용처를 알아내기 위해 검찰은 일찌감치 윤 씨를 수사 대상으로 올려놓고 소환 시기를 검토하고 있었다.

홍 지사의 추정대로 ‘배달 사고’가 난 것이라면 윤 씨는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반면 윤 씨의 주장대로 홍 지사에게 돈이 전달된 게 확인된다면 윤 씨는 성 회장의 지시에 따른 단순 전달자가 되고, 홍 지사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 총리 사건과 달리 성 회장이 없더라도 검찰이 두 사람의 행적과 주장의 신빙성을 검토하면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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