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라더니 폐암… 誤診피해 62%는 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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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296건… 폐-유방-식도 順

의료 소비자 피해 분석해보니

“일단 경과를 좀 지켜보시죠.”

경기 안양시에 사는 70대 남성 김모 씨는 2009년 기침이 끊이질 않아 호흡기 내과를 찾았다. 그는 X선 촬영 등 간단한 검사를 한 뒤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기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나이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한 그는 꾸준히 병원을 오갔지만 호흡이 힘들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 결국 김 씨는 2013년 종합병원에서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기관의 오진(誤診)으로 발생한 피해 가운데 암과 관련한 것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접수한 오진 관련 피해(480건) 중 암 관련 피해(296건)가 61.7%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9일 밝혔다.

오진 피해는 정밀검사를 주로 하는 건강검진(78건·26.4%)보다는 일반진료 과정(218건·73.6%)에서 많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폐암(60건·20.3%) 관련 오진이 가장 많았고, 유방암(48건·16.2%)과 상부위장관(식도·위·십이지장·39건·13.2%) 관련 오진이 그 뒤를 이었다. 의료기관 중에서는 병원(종합병원)에서 가장 많은 피해(114건·38.5%)가 발생했지만 의원(110건·37.2%)과 상급종합병원(72건·24.3%)에서도 적지 않은 오진이 발생했다.

암 오진 피해의 대부분은 일반질환인 것으로 진단을 받았다가 뒤늦게 암으로 확인된 경우였다. 이는 X선 검사만으로는 발견되지 않는 암의 특성 때문이다. 결국 정확한 암 진단을 위해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약을 바꾸거나 경과를 지켜보다 암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꽤 있다”고 말했다.

김성모 mo@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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