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늘은 전우 잃은 슬픔 아는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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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5주년/잊지 않겠습니다]생존장병-청년단체, 46용사에 띄운 엽서
“패잔병 취급 댓글 가슴 찢어져… 젊은 희생 늘 되새기며 살것”

“오늘부터 ‘생존자’라는 명칭보다 ‘참전자’라는 명칭을 쓰기로 했습니다. 저희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서 임무를 수행한 한 사람으로서, 참전자라고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5일 오전 11시 반 서울역 앞. 천안함 생존 장병 전준영 씨(28)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날 그는 청년이 여는 미래, 남북동행, 북한인권학생연대, 라이트사이드, 시사교양지 바이트, 유니콘블루 등의 청년 단체가 주최한 ‘리멤버 3·26 천안함 46용사’ 행사에 나왔다. 이들 단체는 천안함 5주년을 맞아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46용사를 추모하고, 많은 사람이 천안함 폭침을 기억하도록 이 행사를 마련했다.

전 씨는 “벌써 5년이 흘렀는데 전우를 잃었던 순간이 어제같이 다 생각이 난다. 생존자들은 5년간 고통 속에 살았다”고 털어놨다. 또 “정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끝까지 책임져 준다는 말을 했지만, 차가운 시선이 돌아왔고 정당한 예우와 치료 및 보상도 없이 저희들끼리 껴안고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는 천안함 생존 장병 함은혁 씨(26)도 나와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패잔병이 아닌데, 일부 누리꾼들이 악성 댓글을 다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악성 댓글은 우리를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도 생존자도 모두 가족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생활하면서 (폭침으로 인해) 한순간에 가족을 잃었는데 (사건이 발생한) 3월이 되면 더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며 “트라우마도 생겼고, 안 생겼던 병까지 생길 정도인데, 5주기든 10주기든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이날 국화꽃이 새겨진 풍선에 천안함 배 모양의 엽서를 매달아 들고 전 씨, 함 씨와 함께 나란히 섰다. 엽서에는 희생된 46용사의 이름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만이 아니라 늘 되새기며 살겠습니다’ 등의 추모 문구가 담겼다. 청년들은 “천안함 폭침 5주년, 대한민국을 지킨 천안함 용사들을 기억해 주세요”라고 외치며 풍선을 날렸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패잔병#천안함#참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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