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코의 ‘아름다운가게 기부’ 사외이사 박원순과 무관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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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그제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름다운재단’을 이끌던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5년 동안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냈고, 이 재단은 포스코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박 시장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또 박 시장이 자신과 이해관계에 있는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지 물으며 “만일 그렇다면 상법상 특별배임죄 의혹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포스코 이사회 멤버인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특별한 인연’이 있는 단체가 포스코에서 지원을 받았다면 스스로 회피했어야 할 이익충돌(conflict of interest)에 해당한다.

박 시장은 서울시 대변인을 통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회장 선임에 반대해 항의 표시로 2009년 사외이사직을 내놓았다”고 동문서답(東問西答)식 해명을 했다. 또 “사외이사 기간 중 받은 급여 대부분을 시민단체에 기부했다”며 ‘악의적 보도’가 계속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언론의 추적보도는 공인의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인데도 이런 식의 대응은 온당하지 않다. 논란의 핵심인 ‘박 시장의 사외이사 시절 포스코가 그와 관련된 단체를 지원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다.

포스코 측은 어제 본보의 사실 확인 취재에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다섯 차례 (아름다운재단과 관련된) ‘아름다운가게’와 공동으로 바자회를 열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8억 원 상당의 중고 물품을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한 적은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공식 기부금을 낸 적은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물품 기부’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이들 행사가 모두 ‘박원순 사외이사’ 시절에만 열린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의문이다. ‘8억 원 상당의 물품 기부’는 규모도 적지 않지만 ‘부적절한 거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박 시장은 포스코 사외이사 5년간 자신이 설립을 주도한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였다. ‘시민단체 권력’으로 알려진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도 지냈다. 아름다운재단은 2000년 창립돼 대기업 등으로부터 10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거뒀다. 박 시장이나 재단 측은 “모두 대가 없는 선의의 기부여서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하나 재계에선 ‘보험금 성격의 기부’였다는 해석이 많다. 포스코 측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대도 박 시장의 사외이사 기간에 아름다운가게를 지원한 것은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포스코#아름다운가게#박원순#상임이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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