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다음 생애엔 중국 농부로 태어나고 싶다” 그는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8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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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학생들은 특성화사업단(CK-1)과 특성화 우수학과의 잇따른 선정으로 해외 인턴실습 등 각종 프로그램이 생겨, 2014년 겨울 방학을 어느 해 보다 알차고 바쁘게 보냈다. 왼쪽부터 부민수, 이욱배, 이지인, 김희수, 이주학 씨.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학생들은 특성화사업단(CK-1)과 특성화 우수학과의 잇따른 선정으로 해외 인턴실습 등 각종 프로그램이 생겨, 2014년 겨울 방학을 어느 해 보다 알차고 바쁘게 보냈다. 왼쪽부터 부민수, 이욱배, 이지인, 김희수, 이주학 씨.

SF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가 2014년 세계 영화시장 중 유독 대한민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머지않은 미래에 재앙적인 환경파괴로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는 붕괴되고 인류는 먹거리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다른 산업보다 농업이 중시된다. 전직 우주비행사였던 주인공 쿠퍼도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던 쿠퍼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탐사에 나선다.

강원대학교 김병완 동물자원과학부장은 “감동도 있고 현대 물리학의 각종 이론이 등장한 영화였다. 두터운 분진에 덮여 광합성을 못해 죽어가는 옥수수 밭을 쳐다보면서 주인공이 고민하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과학이 발전해 우주를 내 집 드나들 듯해도 옥수수 한 톨 제대로 생산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며, 그런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장면 같았다”고 말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73·미국)는 2014년 방한해 한 대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농업이 인류의 미래”라고 역설했다. 로저스는 “교실을 나가 드넓은 농장으로 가라. 여러분이 은퇴하는 시점에는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농업을 등한시하고 도시로 몰려올 때 반대로 농부가 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나는 다음 생애에는 중국 농부로 태어나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농업은 땅을 이용해 인간에게 필요한 식물과 동물을 기르는 모든 산업을 뜻한다. 낙농업과 임업도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는 농업의 최전선은 물론 후방까지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이규형 선생님(왼쪽)이 김병완 교수에게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의 입학전형과 졸업 후 진출 분야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이규형 선생님(왼쪽)이 김병완 교수에게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의 입학전형과 졸업 후 진출 분야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강원대 동물생명과학대학은 전국 국립대 중 유일하게 단과대학 전체가 동물산업 분야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특성화대학이다. 이 중 동물자원과학부는 다시 2가지 전공(사료생산과학전공, 축산과학전공)으로 나누어진다.

사료생산과학전공은 동물사육에 필수적인 사료의 개발. 가공과 배합사료 제조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배운다. 축산과학전공은 경제가축(소, 돼지, 닭, 말 등)의 육종, 사양, 번식을 배우는데 동물행동학, 축산환경학 등 응용분야도 넓다. 사양(飼養)은 알맞은 영양소를 공급해 가축이나 짐승이 건강하게 자라고 생산도 잘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동물자원과학부는 2014 교육부 대학특성화사업단(CK-1)으로 선정된 ‘동물생명 6차산업 특성화 사업단’의 주축이다. 그 경쟁력을 인정받아 특성화 우수학과에도 선정됐다. 국립대여서 한 학기 등록금(210만 원)이 저렴한데다 특성화 장학금과 각종 외부 장학금도 많아 큰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고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도 실시 중이다.

겨울 방학 때 글로벌리더 프로그램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하고, 글로벌 패스파인더 프로그램으로 축산 강국 호주도 다녀온 이욱배. 김희수 씨(이상 4학년)는 이구동성으로 “특성화학부가 아니라면 누릴 수 없는 유익하고 알찬 프로그램이었다. 여름방학 때 실시하는 또 다른 특성화사업 프로그램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병완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장은 “특성화 우수학과 선정을 계기로 가축·사료·사양·동물복지·친환경축산 등 동물생명 산업 전반에 걸쳐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글로벌인재 양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병완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장은 “특성화 우수학과 선정을 계기로 가축·사료·사양·동물복지·친환경축산 등 동물생명 산업 전반에 걸쳐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글로벌인재 양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의 졸업 이후 진출 분야는 넓다. 영농종사자를 비롯해 축산직 공무원, 국공립 연구소(국립축산과학원, 농촌진흥청,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방역위생본부),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수축협, 사료회사(CJ제일제당, 선진사료, 서부사료, 우성사료, 농협사료, ㈜카길애그리퓨리나, 대한사료, 팜스토리), 환경기업(도드람, 팜스코), 동물레저(한국마사회), 유가공(남양유업, 매일유업, 서울우유, 서울F&B), 육가공&유통(선진푸드, 롯데푸드, 마니커, ㈜나름, 금돈), 각종 관련협회(종축개량협회, 육우협회, 한국사료협회, 한국단미사료협회, 대한양계협회), 동물약품회사(씨티씨바이오, ㈜삼양애니팜) 등 다양하다. 교직 과정을 이수하면 중고교 교사도 될 수 있다.

농어촌 희망브레인 장학생인 영농후계자 이주학 씨(3학년)는 “부모님이 횡성에서 한우 목장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축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FTA, 구제역 등을 겪으면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고교 때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합격’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공부했다”고 밝혔다.

2015학년도에 사료생산과학전공 학회장을 맡은 이 씨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물자원과학부와 실습교류를 맺은 목장에서 오전 3시부터 7시까지 매일 4시간씩 일을 하고 등교한다. 그는 “처음에는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면 피곤한 것도 잊게 된다’는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인 씨(4학년)는 “남자 선배들은 주로 사료회사 영업 파트로, 여자 선배들은 품질관리 또는 축협 쪽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좀 더 길게 보고 ‘동물생명 6차산업’ 처럼 지속 성장이 가능한 축산분야에 종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6차 산업은 1차(생산)X2차(가공)X3차(관광, 체험 등 서비스)를 곱하면 6차가 되듯, 생산에서 서비스까지를 모두 포괄하는 토털. 융합 산업을 뜻한다.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의 평균 취업률(2014년 6월 1일 기준)은 약 70%. 사료생산과학전공 78.6%, 축산과학전공 60.9%. 대부분 전공분야를 살린 ‘순수 전공 취업률’이라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학생들이 실험용 한우의 육질 등급을 판정하기 위해 비파괴육질진단기(HS-2000)로 초음파 측정을 하고 있다.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학생들이 실험용 한우의 육질 등급을 판정하기 위해 비파괴육질진단기(HS-2000)로 초음파 측정을 하고 있다.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에는 어느 정도 성적이 돼야 합격할 수 있을까. 수시 면접 때는 어떤 질문을 할까. 2014학년도 수시 평균 내신 등급은 사료생산과학전공 4.13등급, 축산과학전공 4.05등급, 경쟁률은 평균 4 대 1이었다. 정시의 내신 평균 등급과 수능 평균 점수는 사료생산과학전공이 4.9등급/216.6점, 축산과학전공이 4.6등급/262.9점이었다. 두 전공 모두 2015학년도 신입생 중 약 70%가 서울·경기 출신이다.

축산과학전공 학회장인 부민수 씨(3학년)는 ‘예비 후배들’에게 면접 노하우를 공개했다. 부 씨의 꿈은 슈퍼 소를 개량해 가난한 나라의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그는 “나의 꿈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슈퍼 소 개량에 대해 얘기했다. 그런데 ‘슈퍼 소를 지원할 돈으로 차라리 슈퍼 옥수수를 더 많이 지원하면 더 배불리 먹지 않겠느냐’는 추가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도 고기를 섭취하면 행복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고 슈퍼 소의 사료는 값싼 슈퍼옥수수로 대체하면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교수님이 미소를 지으시면서 좋은 생각이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부 씨는 “면접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하나만 준비하지 말고 추가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준비하면 당황하지 않고 면접을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완 학부장은 “예를 들어 ‘20년 후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본다면…’이라는 질문으로 학생들의 포부를 알아볼 수 있다. 너무 추상적이거나 현실성이 없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 학부장은 “20년 후 나는 ‘한국사료 미국지사장으로 현지에서 우리 회사가 개발한 제품을 축산의 본고장인 미국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생활 동안 전공분야뿐만 아니라 어학공부도 열심히 할 겁니다’라고 답변하면 교수님들이 꽤 괜찮은 학생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라고 팁을 줬다.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학생들이 학교목장에 설치된 난중 분류기를 이용해 실험용 산란계가 낳은 계란을 무게별로 분류하고 있다.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 학생들이 학교목장에 설치된 난중 분류기를 이용해 실험용 산란계가 낳은 계란을 무게별로 분류하고 있다.

의식주 중에서 옷과 집은 화학공업의 발달로 농업 이외의 분야가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식량은 여전히 농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30년경에는 현재 세계 식량생산량의 약 2배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의 농업은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증산을 해야 한다. 동시에 지구환경 생태계를 조화롭고 쾌적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도 있다. 바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곳이 강원대 동물자원과학부다. 또 다른 ‘미래학부’라 불러도 될 듯하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이규형 교사(춘천고)가 함께했습니다.

춘천=안영식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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